신기한 인생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아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최근의 일상을 되짚어보는 일이다. 매번 조금씩 다른 감정을 느끼지만 항상 공통되게 떠오르는 생각은 인생이 참 신기하다는 것!
재밌는게 "이제부터 나로 살겠어!" 라고 결심한 후부터는 삶이 나를 닮아간다. 조금 많이 산만하고 오만 것들(경험들, 사람들)에 열려 있는 편인데 돌아보면 삶도 어지러울 정도로 휙휙 많은 경험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마냥 스스로 개척한 운명 반 우연한 기회 반.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대충 설명하자면 지금은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삶의 여러 경험들이 결국에는 다 연결되어 미래의 어느 지점에 의미를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운명처럼 퍼즐들이 다 맞춰져 있는 건지, 아니면 과거의 여러 경험들을 토대로 삶의 결정을 내리며 나아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단 나에게는 잘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더 옛날 옛적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약 2년 전부터만 해도 그렇다.
병원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 수많은 우연으로 만들어진 참 말도 안되는 인연이 있었는데 그 인연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바로 레지던트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영상의학과를 갔을 거다. 결과적으로 레지던트 대신 개발 공부를 했고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친구들과 재미삼아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면서 개발, 기획, 스타트업 문화를 찍먹했다. 이 경험이 초석이 되어 대학 선배의 프로젝트를 도와주게 되었고 발 넓은 선배를 따라다니며 재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중 한 명을 만난 곳이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공동거주공간이었고 마침 지낼 곳을 찾고 있던 나는 그 날로 바로 입주를 결정했다. 알고 보니 이 공동거주공간은 <블록체인 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던 커뮤니티로 지금은 다른 분야 사람들도 많이 들어와 있지만 여전히 블록체인 하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그렇게 블록체인의 '블'자도 모르던 나는 얼렁뚱땅 블록체인 회사에 들어와 있다.
인생 참 싱기방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