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에어컨 없이 고속도로 운전하기
대전에 잠깐 내려갔다 왔다.
차에 에어컨이 안 돼서 양쪽 창문을 모두 열고 달렸다.
깜깜한 밤에 고속도로를 달리면 내가 국토를 횡단하고 있다는 감각이 잘 없다.
흐릿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차보다 1초 가량 앞서 도로를 비춘다.
그 외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어두운 웜홀 속을 달리는 기분.
밤 시간의 고속도로에는 거대한 화물차가 많다.
화물차는 속도 제한이 승용차와 달라 고속도로에서 다소 느리다.
거대한 화물차 사이사이를 잘 헤쳐나가는 것에 집중하며 계속 계속 달린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바깥의 냄새와 소리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로소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감각으로 깨닫는다.
동물 냄새, 공장 기계 소리, 타는 냄새.
타인의 삶에 노출된다. 타인의 삶이 자동차 안으로 침투한다.
조금 으슬하다.
왜지?
서울의 일상에서는 분명하지 않았던 밤의 존재가 갑자기 나를 압도한다.
밤과, 낮을, 지구와, 태양을, 새삼 실감한다.
액셀을 밟은 발에 힘이 들어간다.
낯익은 곳을 향해 달린다.
빨리 집가서 자고 싶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