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심정에 글을 적었더니 구독자 한 분이 마음이 좋지 않았는지 떠나셨다. 누구보다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위해, 또 내 글을 볼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쓴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하고, 현실을 부정하며 자기 연민으로 슬퍼했던 건 과거일이다. 통제불가능한 것과 통제가능한 것을 구분한다.
시대가 만들어낸 가정불화의 아픔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고 내가 어머니의 부모노릇을 하게 되는 걸 인정하니 마음이 이상하도록 고요하고 차분하다.
스무 살 때 조현병진단을 받고 단말마를 겪었을 때 알았다.
우리의 기억과 감정은 망각되지 않는다. 뇌의 시냅스연결이 끊어져서 회상이 어려울 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기억이 뇌의 메모리에 남아있었다. 마치 전선연결은 끊겼지만 메모리가 꽉 찬 컴퓨터처럼.
주마등 때 모든 인생의 어릴 때의 파노라마가 스쳐 지나갔다.
죽다 살아난 뒤 인생에 대해 느낀 건 인생은 태어나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생의 의미지 우리가 겪는 희로애락, 고통과 트라우마는 태어났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인생은 무의미하다는 걸 우리의 자아정체성이라는데 사실 스스로에 대한 답만 내릴 수 있으면 타인의 노예로 살지 않는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무의미하다는 게 무가치하다는 게 아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비어있다'라는 의미였다.
태어난 생명체로 존재하기에 그 자체로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존재니까 슬퍼하지 말자, 사랑하며 살자.
비어있는 인생을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 등의 다양한 색채로 채워나간다.
나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