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되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
넌 아버지를 닮았구나, 주치의 선생님의 말
난 정상인 상태를 유지하는 관리약을 먹고 있다가 나에 대해 알게 된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버지가 참 미웠던 건 나를 닮았기 때문이다.
내가 미우니 괜히 탓할 곳을 찾았고 나에게 이런 성향을 물려주시고 아픔을 준 아버지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났다. 괜히 가신 분 또 원망했지만 아픈 손가락이 아닐까.
과몰입성향이 있는데 하나에 꽂히면 사고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멈출 수가 없는 게 옛날부터 있었고 내 안에 누군가가 말 거는 게 초등학교 지나 중학교 들어갈 때 있었으니 내 병은 어느 정도 유전소인이 있었던 모양이다.
주치의 선생님께 나의 예술가적 성향이 아버지를 닮았고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닮았다고 말씀드리니 맞다고 하신다. 주치의선생님은 나를 치료하시기도 했고 아버지의 알코올중독을 치료하시기도 하셨다.
아버지, 아버지도 시대를 잘못 만난 게 아닐까.
예술을 배워서 예술가로서 이름을 알렸더라면 삶이 달랐을까란 생각을 문득 해본다. 글도 잘 쓰시고 그림도 좋아하시고 음악도 좋아하셨는데 괴로운 마음을 풀 곳이 술이었고 술이 곧 친구였으니 외로워서 그러셨던 것이다.
연말에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아버지 생각이 나서 울었다.
원망 반, 이해 반.
남아있는 핏줄인 어머니라도 잘 챙기자, 사진이나 영상 많이 남겨두자고 다짐한다. 아버지가 술로 엄마와 나를 너무 아프게 해서 아버지 사진을 모두 지워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또 아버지가 그립다. 한편으로는 또 원망스럽다.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정리되기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고 세월이 더 흘러야 하나 보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돌아가시기 전에 단 둘이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부디 하고 싶은 것 실컷 하시고 원하는 것 이루는 삶을 사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