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목표가 '부자 되기'에서 '원금 회복'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
2022년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하면서 그 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다. 내가 실패를 반복한 원인이 무엇일까? 몰빵 투자, 미수와 신용, 고점매수와 저점매도, 물타기, 탐욕과 공포...
주식 관련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패 사례들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들이 진정한 실패의 근본 이유일까?
이런 매매 기법들은 결과일 뿐, 내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내가 왜 그런 매매를 했는지에 대한 이유였다.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초심자의 행운과 2004년 강세장이 맞물려 나는 처음부터 큰 수익에 취해버렸다.
첫 투자에서 몇 십만 원이 며칠 만에 몇 백만 원이 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했다. '역시 난 투자 센스가 있어'라고 착각했다.
그러면서 탐욕이 생겼고, 미수와 신용으로 몰빵 투자를 하며 레버리지의 수익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내 돈 100만원으로 10% 벌면 10만원이지만, 빌린 돈 1000만원으로 10% 벌면 100만원이었다. 이 간단한 산수가 나를 망쳤다.
하지만 그 수익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맡아둔 수익에 불과했다. 마치 은행에서 돈을 보관해주는 것처럼, 시장이 잠깐 내게 맡겨둔 것뿐이었다.
본전이 되고 손실이 누적되기 시작하면서 나의 목표는 어느새 '주식투자로 부자 되기'에서 '원금 회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강세장이 끝나고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나의 계좌도 처참하게 망가졌다.
주식시장의 사이클이나 자금관리에 대해 전혀 공부가 되어 있지 않았던 나에게 남은 목표는 단 하나였다. 최대한 빠른 시기에 원금을 회복하는 것.
마음이 급해졌다. 급한 마음은 판단력을 흐렸다.
주식을 매수한 후에는 떨어질까 봐 초조하고 불안했다. 밤에 미국 장이 열리면 나스닥 선물을 보며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전날 장 마감 후 호재성 뉴스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내일 당장 오를 것 같은 종목에 몰빵을 하고 3~4%의 수익에 단타매매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한 번의 매매로 그동안의 수익을 전부 잃어버리는 일을 반복했다.
마치 도박에서 따고 잃기를 반복하는 것과 똑같았다. 조금씩 따다가 한 번에 크게 잃는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상황이 악화될수록 점점 더 위험한 선물매매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선물은 현물보다 변동성이 크니까 더 빨리 원금을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이었다.
몇 번의 깡통 끝에 더 이상 원금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있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한심했다. 결국 포기하고 주식시장을 떠났다.
간혹 지인들이 주식 이야기를 할 때면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주식으로 큰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우면서도 '저 사람도 언젠가는 나처럼 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본 질문이 있었다. "나의 목표는 여전히 원금회복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져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자기계발서에는 반드시 목표를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더 이상 과거의 실패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주식투자로 꾸준히 수익을 내는 투자자가 되는 것.
나처럼 주식으로 깡통이 나고 빚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주식투자에 더욱 몰입할수록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급한 마음에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하게 되고, 결국 더 큰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과거의 실패 경험을 거울 삼아 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실패 경험 때문에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똑같은 실패 경험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나의 상태는 과연 어느 쪽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했다.
아직도 과거의 실패가 발목을 잡고 있다면 투자를 다시 시작하기에는 이른 것 같았다. 다행히 10년이라는 시간이 많은 것을 정리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원금회복이라는 족쇄를 떨쳐버리고 다시 주식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