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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쓰는사람 Jan 03. 2022

딩크도 상관없지만, 계획임신을 시도하다.

뉴질랜드 임신일기 #00

예전부터 내가 아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기에 귀여운 아이나 나에게 잘 웃어주는 아이는 좋아하지만 아이 자체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아기를 낳기 시작하면서는 친한 친구의 아이들 이라는 연대감과 정이라는 것에 끌려 그 아기들을 좋아하게 되면서, 플러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예전보다는 점점 아이들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편' 이었던 적은 없다.


그 정도의 애정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친구들에게 입덧의 고충, 진통 48시간 하고 제왕절게 한 썰, 그럼에도 뱃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했다는 헬 육아 썰 등등을 듣다보면 당연히 내 아이를 낳고 싶은 열망이 별로 안 생기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사진출처: 다음웹툰 수린당 - 비늘 고치는 집

아이를 안 가져야 한다는 확고한 딩크족의 마인드는 없었지만 아이가 안 생긴다면 딱히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내가 아이를 간절히 바란 것도 아니고, 또 네이버 웹툰 '쇼쇼의 아이낳는 만화' 등을 통해서 시험관 아이를 갖는 절차가 얼마나 힘든 절차인지 적나라하게 알게 된 후부터(커튼 하나로 겨우 가림막이 쳐 진 병원 침대에 어머니들이 개구리 자세로 누워 있으면 의사가 주사기를 들고 지나가면서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슉슉 주사를 놔주고 간단다. 아기낳는 공장의 기계가 된 느낌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자연으로 생기지 않는다면 억지로 낳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아기를 갖게 된다면 힘은 임산부가 제일 많이 들 텐데 임산부에 대한 걱정보다는 아기를 위해 이걸 먹지마라 이 운동을 해라, 자연분만해라, 무통 주사 맞지마라 뭐를 어째라 간섭이 심해질텐데 임신을 안 해도 호르몬이 날뛰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섭섭하게 한다면 평생을 가지고 갈 것 같다.


특히나 출산 과정에서 내가 조금 아플 것도 아니고 세상에 이런 고통이 없을 만큼 아플 게 뻔한데 나에게 무통 주사 맞지 말고 제왕절개는 생각도 말고 자연으로 낳아라 뭐 이런 간섭을 한다면.. 네가 낳을래? 할테다.


아이를 낳고는 더 심하겠지.

아이 추운데 양말 신겨라, 아이는 이래야 잘 큰다, 모유수유 해야 한다, 일 그만두고 애기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 등등..

아이는 혼자 만들지 않았다 시피 나 혼자만 고생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아이를 뱃 속에 배고, 낳을 엄마가 가장 많이 고생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초등학교 때 부터 나의 꿈이었는데 내가 낳은 아이에게 내가 원하는 이름을 지어주지 못하게 한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안 생긴다면 둘이 즐겁게 잘 살 자신이 있지만 그래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남편의 의견에 그래, 신혼 1년 보낸 후 임신을 시도해보자, 어차피 마음 먹는다고 다 되는것도 아니지 않나 하면서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


준비를 하면서 뭐가 필요한지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이미 아이를 낳은 친구한테 뭐 먹었는지, 피검사는 받았는지 등등 궁금한 걸 계속해서 물어봤는데 걱정 좀 그만하라고 해서 뭐지..? 했다.

나는 그냥 궁금했던 거라고 생각한건데 걱정하는걸로 보여서 답답했나? 

다들 이정도 준비는 하지 않나? 괜한 서운함에 이제 그만 물어봐야지. 딴 애한테 물어봐야지 생각함ㅋㅋㅋ


그러던 차에 주변에서 아기를 엄청엄청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조금은 갖고싶나? 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계획임신의 절친, 배란일 테스트기를 구입했다. 영어로는 ovulation test kit 라고 하는 요 아이는 마지막 생리를 시작한 지 10일 후부터 매일 비슷한 시간에 소변검사를 통해서 진한 두 줄이 뜨면 그 날은 배란일 전날이라고 했다. 배란일 전날과 배란일 당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난자는 체내에서 약 12~36시간을 살고 정자는 체내에 들어가서 한 일주일을 생존한다고 한다(기간 정확하지 않음주의). 


배란일 전에 정자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좋다고 하여 두줄이 선명하게 뜨는 날에 숙제를 하고, 24시간보다는 조금 더 빠른 시간 내에 또다시 숙제를 하면 확률이 높다고 했다.


사진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안 나 보이지만, 육안으로는 첫 번째 날에 한 줄이 흐리게 나왔었는데 두 번째 날에 두 줄이 꽤 선명하게 보였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그 며칠 후의 사진인데 한 줄만 보이고 다른 한 줄은 거의 희미하게 안 보임. 


두 줄이 선명하면 배란일 임박, 그리고 다음날은 저렇게 한 줄이 희미해지는데 대부분 그 날이 배란일이라고 말하더라. 


온라인 주문 했던 배테기가 도착하지 않아서 뇌피셜로 시도했던 첫 달은 임신이 되지 않았고, 두번째 달은 배테기를 사용해서 전략적으로 임신 계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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