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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넛커피 Oct 07. 2024

작가의 여정, 그 끝이 궁금하다

  브런치에서 성수에 팝업 전시장을 열었다.  처음 광고문구를 보았을 때는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광고처럼 그냥 지나쳤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가 글쓰기에 진심인 많은 작가들에게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고 준비되지 않았기에 도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팝업 전시장을 방문했던 작가분들의 후기와 같은 글들이 가끔씩 보여 들여다보니 이건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일을 마치고 직장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후에 예약한 방문시간에 맞춰가려고 서둘렀다. 성수가 엄청 핫한 동네가 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한 번을 가보지 못해 그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성수역 3번 출구에서 내려 블록을 지그재그로 가다 보니 팝업 전시장이 나왔다. 날씨가 조금 흐리지만 어둡거나 비가 오지는 않아서 돌아다니기에 나쁘지 않았다.


  예약시간 근처로 전시장 입구에 도착하니 많이 봤던 커다란  사람모양의  전시장 광고판이 보인다. 근처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그냥 글자나 문장의 일부분들을 무작위로 붙여 사람모양으로 만들었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한번 읽어보세요.) 주변에는 겉에서 지나다니며 볼 때 크게 눈에 띄지 않지만 식당이나 카페들이 많았다. 외국인들도 많아서 놀랬다. 나처럼 성수동을 놀러 왔는지 주변 골목을 돌다 보면 몇 번을 같은 사람을 보기도 했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입구에서  브런치 작가라고 말하면 가볍게 신분증 같은 걸 만들어준다. 다른 분들은 이걸 사원증이라고 농담처럼 부르기도 한다.   다른 곳에서는 내가 글을 이렇게 가끔이라도 쓰는 것을 드러내거나 아직도 주변에서 모르는 분들도 많은데 들어갈 때 전시장의 직원이 "작가세요?" 하는데  "네~"라고 대답하는 것도 이상하게 어색했지만 디자인도 투박하지만 간단하고 진짜 사원도 아니지만 뭔가 신분증같이 만들어 주는 것 하나가 생기는 게 희한한 느낌이다.


대표하는 몇  분의 작가들의 애장품도 같이  전시해 놓았다. 애장품이 놓인 테이블 위로 가만 보면 '마음에 드는 글쓰기 레시피를 가져가세요'라고 인 문구아래 종이들이 보이는데  작가들이 생각하는 글쓰기 팁이 적혀있다. 나는  작가별로 눈이 가는 메시지 하나씩 뜯어 입구에서 받은 워크북에 차곡차곡 모아 왔다.  나중에 하나씩 다시 천천히 읽어볼 생각이다.


  '나만의 브런치북 갤러리'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간단한 문구와 함께 그림으로 꾸며 마치 브런치북 커버처럼 만들어  올려놓은 것들을 볼 수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직접 꾸민 것들이 어찌나 아기자기하고 재밌던지 일부러 더 하나씩 들여다보게 되었다. 강아지 그림이 수준급이고 나머지도 짧지만 문장이 재밌어서 찍어보았다.


'작가가 작가에게'라는 코너는 이곳을 방문한 많은 작가나 예비작가들이 자기만의 문장을 남겨 벽을 장식한 곳이다. 좋은 문구도 많다.  방문했던 작가님들이 자기가 쓴 것을 인증숏처럼 남기는 것도 봤는데 나도 한 장 써서 붙였지만 사진을 남기진 않았다.


입구부터 전시장 중간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있었다. 특히 기존 작가분들 외에 근처를 구경하던 분들, 팝업 전시장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예비작가라는 단어를 듣고 글을 뭘 쓸지 고민하는 일행들 등  많은 사람이 있다. 생각보다 이 전시장은 글을 쓰고 있는 작가들에게는 무언가 환기를 시켜주기도 하고 글을 시작하려는 예비작가들에게든 큰 꿈을 키울 수 있게 하는 아주 건강하면서 특이하고 재밌는 전시장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응원받는 느낌도 들고 글에 대한 부담도 다시 줄어들게 되면서 더 열심히 단 한 줄의 글이라도 일단 써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팝업 전시장(성수)은    13일까지로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 못 가본 작가분들이나 예비작가 분들은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2024.10  브런치 팝업 전시장 방문 후기



 브런치스토리팀에게 제안한다.

 이번 팝업 전시장을 보고 느낀 것이 있어 추가로 남겨본다. 이미 이번 전시장을 기획했을 때 아마도 브런치스토리팀은 그다음 단계의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있진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만약 아니라면 혹시나 이 글을 보게 될지 안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후를 생각하는 데 있어서 약간의 아이디어에 보탬이 될까 싶어서 전시장에서 생각난 것들을 적는다.


1. 팝업이 아닌 상설 전시장이 필요하다.

  기존의 독서실이나 도서관이 아닌 브런치스토리  자체의 브랜드를 이용한 브런치 작가님들과 글들의 전시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브런치에서는 많은 작가들이 좋은 글을 쓰고 있고 실제 출간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팝업 전시장처럼 작가들의 삶이나 의도를 볼 수 있는  전시가 많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왕이면 실제 전시장 면적도 더 크고 넓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브런치스토리 타워를 만드는 것이다. 건물이라면 맨 위층은 아마도 브런치스토리팀의 사무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1층에 전시공간을 넓게 만들어 이번 전시장의 일부와  같이 실제 작가분들  책, 관련 소품이나 브런치스토리 브랜드의 사무용품 등을 굿즈(연필, 볼펜, 책갈피, 스탠드, 텀블러 등등)로 판매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일반분들도 즐길 수 있게 자유롭게 글을 써서 꾸미는 공간도 같이 있으면 흥미를 더할 것이다.


2. 여러 테마별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

앞 글에 이어 건물의 2층에는 넓은 카페 비슷한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곳은 일반 카페는 아니다. 브런치스토리팀이 제공하는 글이 만들어지는 영감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크게 두 공간으로 나누어서 한 부분은 아주아주 편안한 의자들이 있어 음료를 마시며 사색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나머지 다른 공간은 스터디룸 같은 단체석인데 이곳은 작가들의 모임이나  글쓰기 특강 등이 예약제로 운영해서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글을 쓰는 플랫폼이고 그런 회사에서 만든 공간인만큼 오로지 글을 쓰는데 풍덩 빠져서 다양한 창작이 이루어지게 공간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공간이 취지와 다르게 작가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일반 카페처럼 사용되는 것이 우려될 경우에는 오늘처럼 브런치 작가 인증을 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특색 있게 꾸며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크게 두 공간이 있으면서 한 구석에는 공모전이나 축제 등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스탠드나 게시판 같은 것이 있으면 작가들의 활동에 또 다른 활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경험, 새로운 경험은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3. 상설전시장 외에 이번 같은 팝업 전시장을 별도로 가끔씩 운영한다.

  이번에 성수에서 하는 것도 위치가 좋았다. 서울숲이나 남산,  홍대 등 사람들이 많이 가고 접근하기 좋은 곳이라면 이번처럼  그저 동네 구경하러 왔다가 글쓰기의 매력을 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브런치스토리 자체도 홍보를 하고 기존 상설 전시장도 같이 홍보할 수 있는 팸플릿도 나눠주면 더  많은 작가, 아이디어들을 모으고 만나볼 기회가 생길 것이다.


뭔가 거창하고 뻔한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오늘 전시장이 이번으로 끝나는 아쉬움에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하고 상상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앞으로도 더 재밌는 전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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