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실비아 플래스라는 미국의 여류시인이 있었다.
영화 <실비아> 포스터
십년 전, 이 여자에 대한 영화를 봤을 땐,
그저 기네스 펠트로가 나오는 영화를
꼬박꼬박 챙겨보던 습성 때문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여자의 끔찍하게 불행한 삶을 목도하는 내내,
나는 꿈쩍도 할 수 없고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실비아는 남편을 만나기 전에,
자기 삶의 빛나는 주인공이자,
반짝이는 미모와 지성을 모두 갖춘,
매우 촉망받던 문학계의 유망주였다.
그런 그녀가 존경할 만큼 아름다운 남자를 만나게 됐지. 미국에서 장학금까지 받고 날라간 영국에서,
테드 휴즈라는 시인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영국에서 결혼까지 하게 됐지.
거기서부터다.
스스로 빛나길 누구보다 원했던 실비아는
남편 테드 휴즈가 시인으로 성공하는 동안,
애를 낳고 빵을 굽고 학교 선생 생활을 하며
남편 뒷바라지에 온 힘을 쓰게 된다. 남편 성공이 절실했으니까. 그래야 될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바로,
경력단절이 온 거지.
나는 없고.
너는 있는.
나는 꺼져가고
너는 빛나는.
그렇게 내게 정곡 같은 영화 [실비아].
'나도, 계속 빛날 줄 알았는데.'
'나도, 계속 주인공이고 싶었는데.'
그런 나를 후벼 판 실비아.
그녀는 오븐에 머리를 박고 가스를 마시다 죽는다.
아이들 방에 가스가 샐까, 문틀을 박스테이프로
벅벅 뜯어붙이던 실비아의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더 잊을 수 없는 건,
테드 휴즈의 외도.
어찌 그럴 수 있지?
실비아가 뭔 잘못을 했니.
이봐 테드, 당신 어떻게 그래.
외도라니.
바람이라니.
실비아가 꺼져가는 걸, 몰랐어?
모른 척 했어?
그게 그렇게 싫었어?
아님, 외도는 실비아와 아무 상관없는,
새롭게 찾아온 사랑이었나.
그래, 테드?
영화를 봤을 땐, 그저 경력단절인 실비아가
내 모습 같았지.
에이, 나도 외도까지 경험할 줄은
참 몰랐지.
하지만, 실비아.
난 너와 달라.
넌 죽었고.
난 살아있어.
넌 괴로움에 졌고,
난 괴로움이 살이 됐지.
그러니까, 실비아.
이젠 내 맘 속에서 꺼져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