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에서 오는 즐거움.
"오늘은 뭐 했어?"
"음..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을 즐겨요. 엥? 그게 뭐냐고? 말 그대로예요. 아름다운 유적지,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을 해보세요. 지루하고 심심할 수도 있지만 저와 비슷한 분들은 늘어짐 속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럴 거면 거기까지 왜 간 거야?"
"여기까지 와서 해야 하는 게 뭔데?"
되물어 보고 싶네요. 여행지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것이 있다면 그게 정답인지. 애초에 정답이 있는지.
내 방식을 남에게 강요하는 꼰대가 되고 싶지 않아요. 누군가의 바쁜 여행도, 또 다른 누군가의 여유로운 여행도 모두 옳잖아요. 그것들 모두 그들의 여행, 그들의 즐거움이에요. 방해하고 싶지 않네요.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배가 고파질 때까지 누워 있어요. 일어나기 너무 귀찮거든요. 슬슬 배가 고프네. 카페에 가서 빵과 커피를 마시고 방에 돌아와요. 딱히 해야 할 게 없네요. 다시 누워야죠 뭐. 밀린 만화를 보거나 생각 없이 sns를 뒤적거리니 시간이 훅훅 지나가버리네요. 꿀 같은 낮잠도 빠질 수 없죠. 늦은 저녁이 될 때까지 자니 출출하네요.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가 메뉴를 고민합니다. 저녁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배를 채우면 무엇을 먹어도 맛있네요. 맥주 두 병을 손에 들고 숙소로 돌아가 영화와 함께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요. 행복하네요. 생각만 해도 행복합니다. 저는 이런 여행을 즐겨요.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는 하루. 남들한테는 지루해 보일 수 있는 그 여유로운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특별한 여행의 하루고 잃기 싫은 행복이네요. 들어와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