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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사업으로 잘되는 모금하기"

모금상품에 대한 이야기

by 조이영

사업부서에 있다가 모금부서로 자리를 옮긴 후 매우 충격을 받게 된 일이 있었다

'결식아동지원사업'은 사업부서의 우선순위가 아니었는데, 모금부서에서는 너무 열심히 '결식아동지원사업'을 알리고 모금을 하고 있었다.

사업의 우선순위와 모금의 우선순위가 달랐던 것이다.

다시 말해 기관에서 필요한 사업과 모금이 잘되는 사업이 달랐던 것이다.

한 조직에서 이렇게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 놀라웠고,

모금담당자들이 사업을 고려하지 않고 모금을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관에서 하고 싶은 사업과, 기부자들이 기부하고 싶은 사업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모금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우리가 원하는 사업이 있어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모금 담당자는, 어쨌든 모금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을.


'필요한 사업으로 잘되는 모금하기'

누구나 원하는 일이다.

그리고 쉽지 않겠지만, 모금하는 사람들은 이를 지향해야 한다.

우리가 똑똑하게 모금을 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막연히 기부자가 우리의 사업을 알아서 후원해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조직에서 어떤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워나갈지, 어떤 사업을 기반으로 모금을 키워나갈지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 조직 운영뿐 아니라 사업과 모금을 함께 고려하는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것이 조직의 경영전략이고, 이는 사업전략과 모금전략을 모두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모금을 위한 사업을 선정할 때 아래의 프레임을 통해 분석해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사업필요성이 높고, 모금가능성이 높은 B영역의 사업은 고민이 없다,

하면 된다. 이 영역이 조직의 우선순위이다.

사업필요성이 낮고, 모금가능성이 낮은 C영역의 사업도 고민이 없다.

안 하면 된다.

문제는 사업필요성이 높고 모금가능성이 낮은 D 영역의 사업과

사업필요성이 낮고 모금가능성이 높은 A 영역의 사업이다.

D는 사업부서에서 반드시 하고자 할 것이고,

A 영역의 사업은 모금부서에서 반드시 하고자 할 것이다.


사업선정1.PNG
사업선정2.PNG



위 오른쪽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D영역의 사업은 모금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서 B로 이동할 수 있고

A영역의 사업은 사업의 확장 및 패키징을 통해 B로 이동할 수 있다.


모금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D--> B) 지난번 언급했던 성공하는 모금상품의 6가지 속성을 기억하고 적용해 보면 좋다.

1) 긴급한, 2) 결과가 보이는, 3) 돕는 대상이 명확한, 4) 해결이 가능한, 5) 나와 연결된 공감된 이슈, 6) 의미 있는 참여와 굿즈

'청소년 역량강화사업'에 후원해 주세요.라는 메시지와 'OOO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을 후원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는 기부자 입장에서 다르게 느껴진다. 돕는 대상이 명확해지고 해결가능하게 다가온다. 이것이 상품의 패키징, 또는 메시징의 영역이다.

굿즈를 통해 공감이 어려운 사업에 대해 알리기도 한다.


사업의 확장 및 패키징 (A--> B)

결식아동지원사업을 예로 든다면, 트렌드에 맞게 사업의 확장이 가능하다. 식사지원뿐 아니라 영양교육, 정서지원 등. 예를 들어 기부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아이들에게 따듯한 한 끼를 보내주세요.'라고 할 수 있지만, 사업은 식사지원, 영양교육, 정서지원을 모두 포함할 수 있다.

여자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캠페인도 많은 기부자들의 공감대를 얻고 많은 모금을 할 수 있었다. 이 사업도 생리대 지원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여아지원사업으로 확장 및 패키징이 가능하며, 많은 기관들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결국, 모금이란 우리가 하는 여러 사업들 중에 기부자와의 접점을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사업을 아무리 설명해도 기부자에게 닿기 어렵다.

기부자가 가장 공감할만한 포인트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여기에 반응한 기부자들에게 사업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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