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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연후원, 어떻게 생각하세요?

3-2-2.모금상품에 대한 이야기

by 조이영 Feb 08. 2025

[후원아동이었던 후원자와의 만남]

오래전 사회복지사로서 아동사업을 관리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내가 담당하던 9살짜리 남자아이는 한 후원자에게 정기적으로 후원을 받고 있었다.

어느 날, 이 후원자가 후원아동을 만나고 싶다고 연락해 왔다.

후원자가 아동을 만날 경우, 사회복지사가 동행해야 하는 원칙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 식당에서 아동과 함께 후원자를 만나기로 했다.

처음 만난 이 후원자는 평범해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는데, 

후원아동이 음식을 가지러 간 사이에 나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사실, 저도 이 기관에서 후원을 받던 아동이었어요.

그 당시에 저를 후원해 주시던 분과 친하게 지냈던 건 아니었어요.

사실 누군지도 몰랐죠.

근데 딱 한번 후원자가 저를 만나러 오신 적이 있었어요.

그 기억이 저에게 강렬하게 남았는데,

그때 그 후원자를 보면서, '아, 나도 저런 후원자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던 소방관이 되었어요.

첫 월급을 타고, 제일 먼저 후원을 신청했고, 아이를 만나러 왔어요.

저에게 중요한 경험이 되었던 것처럼,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아주 평범한 청년의 놀랄 만큼 담백한 자기 이야기.

후원아동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누었던 이 짧은 대화는 나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청년후원자는 도움을 받던 아동에서 불과 5년도 안되어 누군가를 돕는 후원자가 되었다.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주워진 과업을 잘 수행해 내며,

인생을 잘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원동력이 다름 아닌 '후원자를 만났던 그 짧은 순간'이었다는 것.

'결연후원'이 '돈'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결연후원에 대한 고민들]

결연후원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모금가들에게는 많은 고민거리들을 안겨준다.

아동을 1:1로 후원하는 방식은 후원자가 '내가 누구를 돕는지' 명확한 실체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모금 관점에서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비영리분야 초창기에 성장을 견인했던 모금상품이 바로 결연후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모금 시장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도 결연후원이다. 

하지만 모금하는 우리들에게 몇 가지 고민거리들을 안겨준다.

후원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의 수치심 문제. 

아이들은 원하지 않더라도 후원자에게 자신의 사진을 보내야 하고, 편지를 써야 한다.

아이들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대처하기도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1:1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후원자들의 컴플레인. 

'아이들이 왜 이렇게 비싼 옷을 입고 있어요?', '아이들이 형편이 어려워서 후원을 받을 텐데, 핸드폰을 갖고 있는 것이 말이 되나요?',  '상대적 빈곤'의 인식이 부족할 수 있는 몇몇 후원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 1:1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리스크들이 존재한다. 

기관차원에서의 높은 관리 비용

후원자에게 아동의 개별적인 정보를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많은 직원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는 곧 상대적인 고비용으로 연결된다.  



[앞으로 결연후원은] 

앞으로 결연후원은 어떻게 될까?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야 할까? 


결연후원 비중은 감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액으로 많은 후원자들을 확보하는 모금은 지양해야 한다.

이미 시장에서 결연후원의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초창기에는 아동을 후원하는 경험 차체가 후원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저 멀리 아프리카에 있는 한 아동의 사진을 받고, 편지를 받는 것이 후원자들에게 뭔가 뭐를 뿌듯함을 안겨주었고, 그런 친구를 대단하게 쳐다보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1:1 후원이 사회적으로 그런 '새로움'이나 '특별함'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방식의 소구포인트로는 성장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결연후원이 갖고 있는 리스크들을 고려한다면

결연후원은 양적인 성장에 포커스 하면 안 된다고 보는 이유이다.  


후원자들이 좀 더 큰 비용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후원자들은 한 아동을 돕기 위해 월 3~5만 원 정도의 후원금을 지불한다.

질적으로 더 나아져야 한다.

아동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고, 후원자는 그만큼을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아동과 후원자의 친밀한 교류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

위 경험에서 썼듯이, 아동과 후원자의 관계를 통한 변화 사례는 많다.

아동은 후원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또 다른 삶의 멘토를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동과 후원자의 인식이 변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동에게는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극복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체계가 되어주어야 한다.

후원자에게는 상대적 빈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모금은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이다. 

이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있는 것이 결연후원이다.

앞으로는, 결연후원의 장점을 잘 살린, 좀 더 다른 방식의 결연후원이 자리잡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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