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의 취미생활
싱글이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시간과 돈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는 결혼이 하고 싶었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아이도 키우고 싶었고, 남편을 내조해보고도 싶었다.
주변을 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힘듦과 기쁨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것 또한 내가 한때 꿈꿨던 삶이다.
그런데, 혼자 사는 자유로움을 경험하고 나니,
과연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힒듬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30~40대의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여자들의 삶은 늘 안쓰러워 보였다.
직장생활만으로도 힘든데, 일하면서 아이를 갖고, 입덧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고, 어디에 맡겨야 할지 걱정하고, 아이의 사교육비에 걱정하고, 자녀들의 입시 경쟁 등등…. 그들의 삶은 늘 고단해 보였다.
언젠가는 누군가 혼자 사는 나에게 부럽다며 '집에 꼴 보기 싫은 사람은 없잖아요.'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너무 우습지만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대충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좋아서 결혼한 남자라도 매일 함께 사는데, 어떻게 늘 좋겠는가?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는 법.
나는 아이와 남편이 없는 대신 다양한 취미를 얻게 되었다.
육아의 고통과 기쁨을 잃고,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취미생활은 내 삶을 더 균형 있게 해 주고, 더 풍성하게 한다.
취미생활을 통해서 내 선호와 취향을 발견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
여행을 다닌다.
날 좋을 때, 제주에 가서 오름에 오르기도 하고.
포르투갈에 가서 한 20일 머무르기도 하고.
산티아고 길도 걷고.
동남아에 가서 호캉스를 즐기기도 하고.
남이 잘 안 가는 폴란드에 가서 쇼팽의 음악회를 가기도 하고.
낯선 곳에 가서 도시를 거닐고, 사진을 찍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음악을 한다.
악기 하나쯤은 연주하고 싶어서 플루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레슨도 받고,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에 참여해서 정기적으로 연습도 하고, 연주회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난 음악으로 내 삶이 한층 더 풍성해짐을 느꼈다.
음악을 듣는 것이 즐거워졌다.
연주자들의 연주를 듣고 따라 해보기도 하고,
음악의 역사나 음악가들에 대한 책들을 찾아서 보기도 하고,
음악 관련된 유튜브를 구독해서 듣기도 한다.
여럿이 모여 하나의 곡을 만들어 갈 때면 희열이 느껴진다.
전시회, 공연을 다닌다
시간이 허락할 때는 전시회나 음악회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전시회는 한 사람의 작가를 다룬 것을 좋아한다.
음악회도 독주회 같은 것을 좋아한다.
온전히 한 사람의 생각과 감성,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좋다.
글쓰기를 한다
글 쓰는 일은 나에게 어릴 적 꿈같은 의미이다.
한때, 내 삶의 대부분이었는데,
긴 시간 동안 잊고 있었고,
바쁘게 살다 정신 차려보니 다시 생각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나의 한 부분 같은 것.
주말 아침에는 카페에 가서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내가 하나하나 채워져 가는 느낌이 든다.
운동을 꾸준히 한다.
운동은 좀 다른 것들과는 다르다.
다른 것들은 하는 것 자체가 이유 없이 좋은데,
운동은 약간 '뿌듯함'에 가까운 감정이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어. 이 기술을 익혔어. 오늘도 꾸준히 자기 관리를 했어.'와 같은 느낌.
암튼 내 시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뺄 수 없다.
앞으로 하고 싶은 리스트에 있는 것들도 많다.
그림도 그려보고 싶고, 식물도 키워보고 싶고, 캘리그래피도 배워보고 싶고, 골프실력도 더 늘려보고 싶고, 재봉틀도 배워보고 싶다.
지금 당장의 우선순위에서는 밀렸지만,
언젠가 시간이 허락된다면 이 중 몇 가지는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와 과정이 또한 즐거울 것이다.
싱글로 산다면 나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갑자기 나에게 주워지는 것이 아니다.
시작이 필요하고, 투자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