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보다 경험욕

나에 대한 탐색

by 조이영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아는 언니에게 카톡이 왔다.

"내일 쉬는 날인데 뭐 해? OO아울렛 갈래?"

나는 잠시 망설였다.

러닝머신을 빠르게 걸으며 내가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했다.

쇼핑도 좋아하고 사람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특별히 사고 싶은 것이 없었다

옷장은 이미 옷이 넘치고, 신발도 충분하고, 화장품도 아직 남았고.

쇼핑은 뭔가 사고 싶은 게 있을 때 가야 재미있다. 그냥 가게 되면 필요 없는 걸 충동구매하거나 빈손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무래도 허무한 하루가 될 것만 같았다.

나는 다음에 보자고 답장을 하고는 다시 걷기에 집중했다.

걸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물욕이 별로 없는 사람이구나.'



나는 물욕이 없는 편이다.

'프라다 신상백 이거 요즘 인기래.'

'응, 그렇구나. 난 별로.'


'발뮤다 토스터기 알지? 이게 죽은 빵도 살린다던데.'

'응, 그렇구나. 사.'


"알로 운동복, 이게 요즘 대세래."

"그래?, 비싸네."


쇼핑도 즐기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가급적 좋은 것을 사는 편이다.

친구들과 여행 가면 명품 매장에 따라가서 가방 하나 사 오고 한 적은 있지만 '요즘 대세인 OO브랜드가 꼭 갖고 싶어.' 이런 욕심은 없는 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만족감도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준은 항상 나의 쓸모와 취향, 품질 등이다.



반면에 경험욕은 있는 편이다.

'나 테니스 시작했어. 재미있더라.'

'그래? 어때?' 어디서? 할만해? 나도 배워보고 싶은데."


"저 마라톤 대회 나가요. 요즘 아침마다 연습하고 있어요."

"정말? 대단하네. 부럽다."


"저 발리 여행 가요. 벌써 3번째긴한데, 갈 때마다 너무 좋아요."

"오, 그래? 뭐가 좋은데? 나도 가봐야겠다."


"저 자전거 타고 삼척 다녀왔어요. 너무너무 좋았어요."

"오, 그래? 좋았겠다. 난 자전거가 좀 무섭긴 한데,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저 코인 시작했어요. 경험 삼아."

"오, 그래?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 나도 해봐야겠다."

새로운 것에 대한 이야기에는 눈이 반짝반짝 해진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따라온다.



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걸으면서 웃음이 나왔다.

'아, 나는 물욕보다는 경험욕이 있는 사람이구나.'

마라톤을 해보고 싶은데, 무릎에 무리가 갈까 봐 망설여질 때.

자전거 여행이 너무 낭만적인데, 자전거가 무서워서 못 타겠을 때.

긴 여행을 가고 싶은데, 출근을 해야 하니 마음을 접어야 할 때.

이럴 때 너무 아쉬워하는 사람이다.

새 가방을 못 사는 건 별로 아깝지 않은데, 새로운 경험을 못하는 건 왠지 모르게 너무 아쉽다. 인생의 한 챕터를 놓치는 기분이랄까.



혼자 살아서 경험욕이 많아지는 건지, 원래 경험욕이 많았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혼자 살다 보니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면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도 러닝머신 위에서, 나는 다음을 생각한다.

'다음엔 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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