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조용히 실패 중.
탈락 내지는 거절, 이것이 어떤 도전에 대한 실패를 의미한다면 요즘 나는 빈번하게 실패하고 있다. 나의 빈번한 이 실패에 대해 두서없는 글을 써보려 한다. (이 글 또한 상처받은 내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글이기에.)
서른아홉부터 시작된 실패는 마흔두 살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실패는 내가 글을 쓰면서 시작되었다. 글쓰기 자체가 나를 실패로 이끌었던 건 아니다.
학창 시절 이후 손 놓았던 글쓰기가 다시 시작되었던 건,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쯤이었다. 인스타그램에 "ihave2sons"라는 계정을 만들어서 그곳에 스펙터클한 아들 둘과의 일상을 적어서 올렸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팍팍 늘던 시절이었기에, 글을 써서 올릴 때마다 늘어가는 팔로워 수와 좋아요 수 그리고 공감 댓글에 신이 나서 글을 썼다. 바쁜 남편 덕분에 독박 육아하며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우리 애들만 유별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고 아이가 주는 감동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던 밤도 있었다. (그 당시부터 마음을 나눈 인친들이 현재까지 내 책의 독자로 이어져 무조건적인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 그 시절 나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은 없이 그저 즐거운 마음이었다.
서른아홉,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으며 시작된 글쓰기는 책 쓰기를 위한 것이었다. 처음 내 책을 출간하고 작가가 되겠다는 희망은 아픔 속에서 나를 살린 힘이었다. 아픈 현실은 잊고 내가 쓴 글 속에 빠져 있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그 시간만큼 아픔이 치유된 듯했다. 나의 첫 에세이는 지금은 펼쳐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부족한 글이지만, 당시엔 내 글이 만족스러웠다. 당시 내 원고를 선택해준 출판사 대표님께서는 작가로서의 시작을 축하한다고 앞으로 쭉 책을 내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다. 40년간의 인생을 통째로 쏟아부은 책이었는데 더 쓸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지만 대표님 말씀대로 난 2년 만에 네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다.
공개적으로는 출판사와 계약이 된 후에 그 소식을 전하기 때문에 한 순간에 쉽게 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빠르게 원고를 써내는 나를 보며 한 친구는 나에게 정말 네가 쓰는 거냐고, 출판사에서 대필해주는 건 아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당연히 아니다. 생각이 한번 꽂히면 그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나는 소재가 떠오르면 곧장 그 원고의 초고를 향해 직진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틈틈이 글을 쓰는데 솔직히 말하면 두 아이가 수시로 손이 갈 만큼 어리지도 않고 내가 전업주부이기에 비교적 글 쓸 시간이 많은 편이다.
글은 쓸수록 는다고 하지만, 나는 쓸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쓸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만족하며 쓰지만, 책이 출간된 후에는 가슴이 철렁할 만큼 내 글이 부끄러워지고 만다. 본격적으로 초고를 쓰기 전에 고민도 많이 하고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나름의 연구를 하지만 언제쯤 만족스러운 글을 쓰게 될지 의문이다.
내 글 앞에서 작아지는 때가 또 있다. 투고 후 무수한 거절 메일이 쏟아질 때와 용기 내 도전한 공모전에서 탈락할 때가 그렇다. 내가 앞에서 언급한 글쓰기로 인해 시작된 실패의 순간이다. 작년까지는 공모전에는 도전하지 않았기에 투고 후 거절 메일만 버텨내면 되었는데, 올해 들어 나는 자꾸만 공모전에 원고를 접수해버렸다. (접수 버튼을 누른 손을 묶어버려야 할까?) 그렇다. 요즘 나는 조용하고 빈번하게 실패하는 중이다.
출판사에 원고 투고를 할 때도, 공모전에 원고 접수를 할 때도 준비하는 과정에서만큼은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했기에 자신 있었고 좋은 예감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 두 권의 에세이는 투고 대비 99프로가 내 원고를 거절했고, 야심 찬 마음으로 도전했던 공모에서는 번번이 탈락했다. 거절과 탈락의 순간 나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내 글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오늘 문득 나는 거절과 탈락 중 어떤 것이 더 '글존감'(내 글에 대한 자존감)을 떨어뜨릴까를 고민해 봤다. 거절은 선택받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고 탈락은 범위에 들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에 탈락이 더 실패에 근접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탈락이 나의 글존감에 더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내 글이 정말 수준 이하인 걸까? 나는 어떤 한계를 결코 넘을 수 없는 걸까? 그렇다면 잘 쓰는 글은 어떤 글일까? 내 머리를 어지럽히는 여러 물음표를 진정시키고 나는 매일 글을 썼다. 드디어 첫 장편 소설 초고를 마무리했다. 여러 번 퇴고를 해야 하겠지만 머지않아 나는 공모전이나 출판사 투고 중에 방향을 정해 도전할 생각이다. 당연한 듯 이어지는 실패들이 나의 도전을 막을 만큼까지 글존감을 떨어뜨리지 못하는 걸 보면, 나의 글존감은 꽤나 높은가 보다. 얼마 전에 둘째 아이가 자존감이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했는데, 글존감이 높은 이유는 내가 나의 글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