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과 절대성 (2)

내 아픔은 나의 몫

by 정이작가

예전에 매거진 <남겨졌지만 괜찮아> 에 상대성과 절대성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은 나에게는 절대적이지만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살짝 언급했던 글이다.

https://brunch.co.kr/@hcrys647p/32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하며 생각의 흐름에 나를 맡겨 놓았더니, 나를 이 글에게로 데려다 놓았다. 감히 '모든' 이라는 말을 붙여본다. 모든 사람은 나름의 고난이나 아픔이 있을 것이다. 지나고 보면 영원한 것은 없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살면서 맞이하게 되는 각자의 고민이나 고난은 '자신에게' 절대적인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하고 싶었다.




두 아이와 나는 가끔 고난 배틀을 한다.

"아, 힘들어."

무심결에 튀어나온 혼잣말에 아이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내가 더 힘들어."

"아니야, 내가 더 힘들어."

"아니거든. 내가 제일 힘들거든."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배틀에 내가 엄마로서 합리적인 결론을 내린다.

"그래, 우리 모두 다 힘들어."

내가 내린 결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순간에는 수긍하고 만다. 맞다, 사실은 우리 모두가 힘들다. 각자가 가진 지금 이 순간의 고난은 자신에게만큼은 절대적인 것이다. 나에게 절대적인 것을 다른 사람도 절대적으로 여겨 달라고 하면, 결국에는 그 상대가 지치고 말 것이다.

처음 몇 번은 기꺼이 절대적으로 공감해주며 위로를 해 줄 수 있다. (돈독한 사이라는 전제가 필요할 것 같다.) 상대가 현재 나의 절대적인 아픔에 건넨 공감이나 위로는 분명 진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길어지면, 결국 내 고민과 고난은 철없는 아이의 투정으로 여겨지게 될 것이다. 각자가 가진 아픔은 절대적인 것이기에, 누구의 것이 더 크다고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절대적인 아픔이 상대에게도 그렇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절대적인 나의 아픔은 결국 내가 감당할 몫인 것이다. 누군가 끝없이 들어주고, 끝까지 함께 아파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가 진심으로 들어주고 건넨 위로가 마음에 닿았다면, 그것에 고마워하고 그 고마움에 의지해 아픔을 이겨나가도록 노력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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