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계층사회를 향해 품어야할 날카로운 통찰력

‘신애’를 통해 본 도시빈민층과의 진정한 연대

by Youkyung Kim

우리는 뉴스나 신문과 같은 매체에서 소외된 도시 근로자들,기초생활수급자등의 단어들로 내 자신과 철저히 구분된 언어로 사회의 부조리함을 읽는다. 가난하고 생계유지가 힘들다는 공통점으로 한데 묶인 거시적 단어로 사회의 현실이 툭 던져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수동적으로 현실을 읽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산업화 사회의 부정적 증상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의 사회문제에 가장 맞닿아 있어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 개개인에게는 결국 무관심한 현대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책은 좀 더 진정한 의미의 소외된 도시근로자에 대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은 책이다.

사회 문제에 대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내가 깨닫게 된 진정한 연대감은 등장인물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등장인물은 자신이 곧, 난장이와 다를 바 없다며 계층 피라미드 속 자신의 본질적 속성을 이해하고 난장이와의 연대감을 통해 능동적으로 현실을 타파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애이다.

『칼날』에서 신애는 계급사회의 가장 낮은 단계의 하층민으로 대변되는 난장이가 자신의 집에 수도꼭지를 설치하러왔을 때 친근함을 표시하고,더 나아가 난장이를 해하려 하는 사나이를 대신해서 생선 칼로 위협을 가한다.사나이가 도망친 뒤 신애는 “저희들도 난장이랍니다.서로 몰라서 그렇지,우리는 한편이에요.”라는 말을 건네면서 언어로 구분되어있는 하층민과의 거리를 좁히며 강한 연대감을 보여줌과 동시에,사회 하층민과 자신은 결국 사회의 부조리 속에서 억압받는 존재임을 인정한다.

내가 진정한 연대를 깨달았다고 한 것은 이처럼 단순한 연민의 감정이 아닌 계층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우리 모두는 같이 자본주의 이념이 만들어낸 계층피라미드구조와 싸워야하는 입장이란 것을 신애의 행동과 말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진정한 연대를 깨닫는 것은 다시 말해 그동안 얼마나 위선적이었는지를 알게 되는 것과 같다. 무의식적으로 ‘난 난장이는 아니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와 신애가 대비되면서 내가 얼마나 위선적으로 도시빈민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신애 이외에도 상위층 계급에 속해있지만 빈민층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경훈,처음에는 사회의 부조리함 속에서 이성이 아닌 본능에 의지하며 방황하지만 결국 계층구조에 맞서는 단체를 만들겠다고 얘기하는 윤호와 같이 피라미드 구조를 역행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사회구조타파를 향한 열망을 대신하여 실현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신애가 가장 인상이 깊었던 이유는 앞으로 마주하게 될 사회적 문제,특히 계층화된 피라미드구조 앞에서 우리는 어떠한 존재로써 모두와 연대해야 하는지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애의 ‘칼날’,이것은 곧 우리가 자본주의적 계층사회를 향해 품어야할 날카로운 통찰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그것은 억압 받고 있는 도시빈민들을 향한 진정한 연대,더 나아가 현사회의 자본주의적 이념에 짓눌려 있는 모든 시민의 연대가 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