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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Jul 20. 2016

거장의 숨결



3호선 전철 안국역을 나와서 창덕궁 방향으로 가다 보면, 현대사옥 끝자락에 위치한 건물 상단에 ‘空間, SPACE’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대한민국 현대건축에 큰 족적을 남겼던 ‘김수근(1931~1986)’의 대표 유작이다. 그가 만든 설계사무소의 이름이기도 하고 건축을 포함한 국내 최장수 예술잡지 ‘空間(공간)’을 지칭하기도 한 이름이다.


건물을 감싸고 있는 담쟁이로 인해 시원스레 보이는 이 건물은 반 층씩 층을 엇갈려 설계되었고 그 반 층을 오르내릴 때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공간들이 끊임없이 연결된다. 휴먼스케일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이 건물은 건축인들에게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특히 지하에 있는 소극장은 김덕수 사물놀이를 탄생케 하는 등 수많은 예술 활동의 보고와도 같은 곳이었다. 옆쪽에 투명한 유리로 지어진 신사옥은 김수근의 뒤를 이어 공간을 이끌었던 장세양(1947~1996)이 설계한 것이다.


김수근은 자신의 책상 앞에 있는 창을 통해 창덕궁을 바라보는 것을 큰 낙으로 삼았다 한다. 장세양은 돌아가신 스승 김수근이 책상 앞 유리창을 통해 창덕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신사옥을 투명한 유리로 마감하였다 한다. 이용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나 제자의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잘 배어나오는 대목이다. 근래에 설계사무소의 운영이 어려워져 매각하기에 이르자 수많은 문화계 인사들이 이 건물의 보존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 결국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새로 건물을 인수한 아라리오 미술관에서도 김수근이 설계한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대미술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람이라면 김수근을 좀 더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통하여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공간사옥이 앞으로도 많은 이에게 건축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산실로 남아있기를 기대한다.(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6.07.21일자)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202106025&code=990100#csidx15ccb206c137d35a4622e970cb3a4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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