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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Feb 22. 2017

ECC(이화캠퍼스복합단지)의 교훈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7.2.23일자)

도로를 사이에 두고 캠퍼스의 좌측면을 연세대와 마주하고 있는 이화여대도 그 역사만큼이나 신촌골의 아름다운 캠퍼스를 자랑하는 곳이다. 2호선 이대역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경사로를 지나 정문에 들어서면 고려대의 중앙광장이나 새로 조성된 연세대의 백양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열린공간이 방문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른바  ECC(이화캠퍼스복합단지)라 불리우는 공간이다.


지난 2008년에 완공된 이 ECC는 1989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현상설계에서 당선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선된 안이다. 과거 대운동장이 있던 곳에서부터 본관까지 이어지는 큰 계곡을 만들어 계곡 양 옆으로 지하 6층까지 다양한 공간들을 집어넣었다. 이 계곡을 만듦으로 해서 캠퍼스 입구에서부터 본관까지 탁트인 전망이 가능하게 되고 필요한 캠퍼스의 건축공간도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이끌어 내었다. 지하라도 측벽의 넓은 채광면적을 통하여 어느 층에서건 충분한 채광이 이루어진다. 계곡의 끝부분에는 지하로 파 내려간 만큼 커다란 계단광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필요시 이곳은 대형 노천극장이 된다. 건물 윗부분은 조경으로 처리하여 원래 이곳의 지형이 초입에서 본관까지 완만하게 높아지는 구릉이었는데 그 원래의 모습을 재현하였다 한다. 2만 평에 달하는 건축공간을 집어넣고도 지상에는 마치 아무런 건축행위를 하지 않은 것 같은 넓은 녹지공간이 조성되었다. 그 덕에 본관을 중심으로 왼쪽의 대강당이나 중강당 등 다수의 주요 건물들이 고딕풍으로 이루어져 있는 캠퍼스의 정체성이 더욱 돋보인다.


ECC는 명쾌한 형상으로 이화여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큰 볼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낮춤으로써 기존의 건물들이 가지고 있던 캠퍼스의 정체성을 잘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7.2.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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