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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Feb 28. 2018

헤이리 실개천 풍경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8.3.1일자

한강 하구의 넓은 수평선을 벗삼아 자유로에 몸을 실어 파주로 향한다. 일산을 경유하여 조금 더 달리면 북쪽에서 내려오는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교차지점에 성동IC가 기다리고 있다. IC를 나와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 우측으로 헤이리 마을 1번 게이트가 눈에 들어온다. 게이트 좌우에 도열된 소나무들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넌다. 눈앞에 저층의 다양한 현대건축물들이 곡선로 좌우로 줄을 지어 서있다. 한 해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 파주의 대표적인 관광지 ‘헤이리’이다. 


‘헤이리’라는 명칭은 파주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래농요 ‘헤이리 소리’에서 따온 것이란다. 1998년부터 380여명의 예술인들이 15만평의 대지위에 집과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등의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하여 만든 예술인 마을이다. 단지 전체는 산과 구릉, 개천 등 원형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유지하려 하였다. 각 건물들은 자연스런 곡선로로 연결된다.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 보고자 마스터플랜 뿐 아니라 개별 건축물에 대하여 깊은 주의를 기울였다. 건축물들은 엄격한 건축 지침을 따라야 했다. 건축가들도 자체 건축 위원회에서 엄선된 국내외 건축가들로 제한되어 있다. 몇몇 건축가에게 작품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 건축가가 설계할 수 있는 작품 수도 제한하고 있다. 가급적 능력있는 다수의 건축가들의 작품을 담아보자는 뜻이다. 건축가들의 경연장이 되다 보니 건축물 하나하나마다 건축가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잘 드러난다. 자연스레 이곳에서 건립되어지는 건축물들은 종종 건축계에서 이슈가 되곤 한다. 그야말로 헤이리는 앞서가는 소규모 한국 현대건축의 모습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현대건축의 종합전시장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박물관과 갤러리, 소극장, 서점, 작가 공방, 특색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문화적 호기심을 해소해 준다. 그러나 지나치게 확산되고 있는 상업기능은 문화마을로서의 헤이리가 풀어가야 할 큰 숙제이다.


찬바람이 부는 2월 어느 날, 잔설을 머금은 헤이리 중앙 실개천의 모습을 묘사해 보았다. 좌측에 여러 개의 큐브를 조합한 형태를 하고 있는 카페 아다마스 253의 모습에서 헤이리 현대건축의 한 일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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