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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제일교회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8.12.6일자

by 윤희철

포천에서 축석고개를 넘어 의정부로 넘어가다 보면 대로변 우측으로 현대식 교회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몇 가지 형태의 박스들이 중앙에 삽입된 원추형의 매스와 어우러져 절제되고 세련된 매스감각이 발길을 멈춰 세운다.

도로변에서 바라보이는 원추형 매스에 <의정부제일교회>라 씌어 있는 이 교회(담임목사:서재운)는 설립 72주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교회로 지난 2009년에 지금의 자리로 신축 이전하여 자리 잡고 있다. 신축 당시 교회구성원들은 현대적 감각을 살리고 미래의 비전을 품은 교회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교회건축도 특별하게 짓기를 희망하였고 이에 따라 교회건축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몇 몇 건축가들을 초청하여 설계경기를 진행하는 이른바 지명현상 설계경기를 실시하였다. 최종안으로 올라 온 2개의 안에 대하여 전 교인들이 참여하는 투표를 거쳐 결국 이충기 교수(서울시립대)의 안을 선택하게 된다.


이 교수는 많은 교인들이 본당 출입시 동선을 짧게 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법인 앞뒤로 긴 평면 대신 앞뒤 길이는 짧고 폭이 넓은 타원형의 평면을 제안하였다. 그 결과 어느 자리에서건 강단과 회중석과의 거리가 가깝고 교인들이 퇴장할 때 신속하게 본당에서 외부로 빠져 나갈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 2층 본당에서 지상으로 연결되는 넓은 진입 계단은 건물의 정면을 구성하는 주된 입면 요소가 되고 있다.

교회 줄인것2.JPG

본당과 교육공간의 기능 분리는 서로 다른 매스의 형태로 표출되어 있다. 다양한 교육시설이 몰려 있는 교육공간은 왼쪽의 직사각형 박스 매스에 집적되어 있고 원추형의 본당 매스는 매개공간인 홀을 통해 분리된다. 기능의 분리라는 모더니즘 건축의 원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본당의 지붕에는 인조잔디가 깔려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운동장이 되고 있다. 우측 종탑의 수직매스는 직사각형의 교육공간 매스와 원추형의 본당 매스를 적절하게 어울리게 해 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해 준다.


본당 성가대석에서는 성가대의 성탄절 칸타타 연습이 한창이다. 성가대의 아름다운 칸타타 음악과 더불어 온 세상이 사랑으로 따뜻해지는 1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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