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의정부 행복로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8.11.22일자

by 윤희철

1911년부터 용산~의정부 노선의 개통과 함께 지어졌던 구 의정부역사는 지난 2012년 새로운 민자역사의 등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백화점, 영화관, 식당가 등이 들어선 매머드한 이 민자역사는 그동안 철길로 인해 분리되어졌던 동쪽과 서쪽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하여 양쪽이 균형있게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주요 매개체의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이 역사에서 우측의 동부광장 쪽으로 나오게 되면 철길을 따라 길다랗게 놓인 열린공간이 펼쳐진다. 대체로 대도시의 중앙역사 앞쪽은 상업건물이 밀집되어 이처럼 길고 넓은 열린공간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의정부에 이처럼 넓은 열린공간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앞서 이곳이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미군기지였기 때문이다. 미군이 떠나간 이 길다란 부지가 현재는 다양한 휴게, 체육시설을 갖춘 시민공원으로 변모하여 의정부의 상징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열린공간은 역 앞의 오거리에서 동북방향으로 다시 길게 이어진다. 행복로로 이름 지어진 폭 20m, 길이 600m의 이 거리는 지난 2009년 과거 의정부역을 잇던 대각선 방향의 주요 간선도로를 보행자 전용거리로 조성된 것이다. 입구의 이성계의 힘찬 기마상은 흥미있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중간 중간 놓여 있는 이 거리의 시작을 알린다. 여기에 키 큰 소나무 숲길과 함께 곡선으로 이어지는 계류와 연못은 어린이에서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사시사철 많은 도시민들을 이곳으로 불러들인다. 도로 양 옆으로는 다양한 카페와 먹거리, 패션 샾 등의 상업시설들이 정돈된 간판들과 어우러져 흥미로운 거리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키스하는 모습의 신혼부부 조각상을 비롯한 거리의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거리공연들이 수시로 열려 이곳이 젊음이 넘치는 거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 거리에 접해있는 전통시장인 의정부 제일시장은 행복로의 고급스러운 모습과는 색다른 질박하고 인정미 넘치는 전통적인 볼거리와 먹거리로 이곳을 지나는 이들의 쌈짓돈을 유혹한다.


행복로 줄인 것.JPG

부족한 주차장의 문제는 역 앞의 열린공간 지하에 조성될 넓은 지하 주차장으로 해결될 듯하다. 지하주차장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직접 행복로와 닿을 수 있는 보행로가 조성된다면 이 거리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리라. 아쉬운 점은 문화의 거리로 불리우는 이 거리에 미술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갤러리는 사치스럽다 하더라도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을 유혹할 수 있는 거리의 화가나 거리의 화상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봉산의 가을 끝자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