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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의 가을 끝자락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8.11.8일자

by 윤희철

포천에서 서울로 나갈 때 의정부의 초입인 축석고개를 넘어서면서부터 저 멀리 바라보이는 도봉산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뾰족한 바위들이 중첩되어 만들어 내는 정상부의 측면 모습은 마치 중국의 계림의 한 면을 보는 듯하다. 의정부의 끝자락인 장암고개로 다가가면서 점점 가까이 앞으로 나타나는 도봉산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간혹 일산쪽으로 가노라고 외곽순환도로 의정부 IC 진입 램프를 올라설 때면 옆으로 스쳐지나가며 바라보이는 도봉산의 근경이 장엄함으로 내게 다가온다. 특히 요즘 같은 단풍 가득한 가을에는 그 감동의 깊이가 더해진다.

숫한 나날들을 서울을 오가면서 전면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도봉산의 풍경을 사진에 담아봤으면 생각을 늘 하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도봉산 가까이 가도록 내가 달리는 도로에는 갓길이 없어 차를 대고 지금까지 사진 한 장 찍어보질 못했다. 지난 원고에서 박세당 고택에서 발견한 도봉산의 전경을 그림으로 잠깐 소개를 하긴 하였다. 다음 원고를 위해 의정부의 다른 곳을 다 그려놓은 상태이긴 하였지만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도봉산의 측면 모습을 담지 못한 아쉬움이 계속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 10월 말. 서울에 일이 있어 차를 몰고 장암고개를 넘어 도봉산역으로 가던 참이었다. 유리창 밖으로 바라보이는 도봉산은 여전히 아름다운 단풍에 젖어 있기는 했으나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곧 이 가을을 모두 앗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져야 할 때 잠시라도 더 붙들고 싶은 심정이라고나 할까?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도봉산역으로 가던 차의 방향을 틀어 의정부 끝자락에 위치한 롯데 아파트로 무작정 들어섰다. 무턱대고 경비실에 들어가서 도봉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옥상에 잠시 올라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경비 아저씨는 이해했다는 듯 내게 맨 앞쪽 동의 옥상 열쇄를 건네준다. 귀한 것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애써 얻은 옥상 열쇄는 왜 이리 안 열리는지? 이 아파트의 주민들은 늘 보는 풍경이겠지만 내게는 정말 오랜 시간 마음에 품고 있었던 귀한 풍경이었기에 도봉산은 내게 쉽사리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가보다. 아무리해도 안 열리기에 다시 경비실로 가서 열쇄 여는 방법을 터득한 후 다시 열기를 시도.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문이 열렸다. 몸을 가누기가 힘든 세찬 바람이 도봉산의 모습을 담으려는 나를 방해한다. 저 멀리 북한산의 산자락과 가까운 도시의 모습이 겹쳐진 도봉산의 가을 끝자락을 그렇게 몇 장의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었다. 폭 넓은 도봉산 파노라마의 한 부분을 이렇게 그림으로 남겨 본다.

도봉산 측면 줄인것.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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