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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Apr 15. 2024

아비뇽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아비뇽은 로마 교황청이 14세기에 70년간 이곳으로 강제로 옮겨와 머물러 있었던 아비뇽 유수(幽囚, Avignon Papacy)가 있었던 도시이다. 프랑스 국왕 필립 4세(1285~1314)는 교회 과세 문제로 교황 보니파키우스 8세와 대립하게 되었다. 필립 4세는  프랑스 역사상 최초로 삼부회를 소집하여 당시 최고 권위자였던 교황을 굴복시키고 교황별궁이 있는 이탈리아 아나니(Anagni)에 감금하였다. 아나니에 감금된 교황은 로마 귀족가문 출신 '시아라 콜로나'에게 심한 욕설과 구타를 당하자 그 충격으로 인해 한 달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교황이 사망하자 후임 교황을 프랑스인으로 임명하고 1309년부터 1377년까지 임명된 7명의 교황 모두 프랑스인 출신으로 이 아비뇽에서 생활하도록 하였다. 고대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에 빗대어 쓰인 이 아비뇽 유수는 교황 그레고리오 11세가 1377년에 로마로 교황청을 이전하므로써 종식하게된다.


교황이 머물렀던 아비뇽은 39개의 탑과 7개의 성문을 포함해 4km에 달하는 성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성벽 안쪽으로는 중세시대부터 형성되어 온 시가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아비뇽의 중심 건물인 교황청 건물은 첨두아치와 리브볼트 등의 고딕건축에서 볼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유럽 최대 크기의 고딕건축물이다. 


성벽 밖을 흐르고 있는 론 강에는 이 도시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구조물인 아비뇽 다리(pont d’Avignon)가 있다. 이 곳에 다리가 처음 지어진 것은 로마 시대에 이곳을 오가는 상인들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다리가 무너져 오랜기간 방치되어 왔다. 그러다 12세기말 베네제(Benezet)라는 양치기 소년이 그 곳에 다리를 지으라는 신의 계시를 듣고 마을 사람들과 돈을 모아 22개의 아치로 된 아비뇽 다리(또는 생 베네제 다리, pont Saint-Benezet)를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다리도 17세기에 론 강의 범람으로 인해 다리의 일부가 무너져 현재와 같이 중간 앞부분은 모두 쓸려나가 4개의 아치만 남아 있는  모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아비뇽 다리는 14세기에 지어진 교황청(Palais des papes)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아비뇽 다리를 주제로 한 프랑스의 전래동요 <아비뇽 다리 위에서>가 세계적으로도 많이 알려지면서 이 다리가 유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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