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폴 대성당
영국 국회의사당을 마주보고 템스 강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옛날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테이트 모던 갤러리를 만나게 된다. 이 테이트 모던 갤러리 앞에는 템스 강을 사이에 두고 강북과 강남을 이어주는 밀레니엄 브릿지(건축가 노만 포스터 디자인)가 놓여있다. 이 밀레니엄 브릿지 강북쪽 끝자락에는 커다란 돔이 상징인 세인트 폴 대성당(St. Paul’s Cathedral)이 자리하고 있다.
런던 성공회 주교좌 성당인 이 세인트 폴 대성당은 604년에 사도 바울에게 봉헌되어 같은 자리에 최초로 건립되었다. 이후 수차례 화재로 전소되고 복구되기를 반복하다가 현재의 대성당의 직전의 모습은 13세기 중엽부터 확장공사를 시작하여 1314년에 완성된 것이다. 건축양식은 기존의 로마네스크 양식이었던 것을 증축과정을 통해 고딕양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또한 원래 캐톨릭 성당이었던 것을 16세기 런던 성공회의 탄생과 함께 성공회의 본산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다 1666년 런던 건물의 80%가 파괴되고 런던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8만명의 이재민을 만들었던 런던 대화재 때 이 성당은 또 다시 전소되고 만다. 런던의 상징이었던 이 성당은 1675년에 크리스토퍼 렌에 의하여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이 시작되어 35년 만인 1711년에 완공된다. 돔의 외형은 로마의 베드로 성당 돔의 모델이 되기도 하였던 16세기 이탈리아 건축가 브라만테가 지은 ‘템피에토’를 모델로 하였다 한다. 템피에토는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 장소를 기념하기 위해 고대 로마 건축의 전통에 따른 디자인으로 로마에 지어진 작은 신전이다. 성당의 상징인 돔은 지름이 34m로 3중 돔의 구조로 되어 있다. 돔의 크기를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 내부의 돔 위에 더 큰 돔을 2개나 더 얹은 모습이다. 이를 위해 내부에 벽돌조의 하부 돔이 있고 그 위에 원추형의 돔을 다시 얹고 또 다시 그 위에 채광 기능을 하는 랜턴과 구조물을 얹기 위한 목구조의 돔을 다시 얹었다. 맨 위의 채광용 랜턴 위에는 황금 공과 십자가가 올려져 있는데 그 높이가 7m, 무게는 8톤에 달한다고 한다. 평면은 로마의 베드로 성당과 마찬가지로 돔이 놓인 곳은 중앙집중형의 그리이스 십자형(+) 평면이나 공간 이용상 신랑(nave)이 길게 늘려진 라틴 십자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딕양식의 교회당 평면이어서 외벽에 지지벽체가 드러나게 되어 있는데 이 성당은 지지벽 바깥쪽으로 가벽(假壁)을 두어 고딕의 상징인 지지벽체를 가리고 이 가벽에 바로크 양식의 입면을 하므로써 전체적으로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되도록 하였다.
성당의 높이는 111m로 1711년부터 통신타워인 BT타워가 지어지기 전까지인 1966년까지 런던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300년 이상 런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어 왔다. 또한 2차대전때 독일의 런던 대공습(1940)에도 대성당은 공습을 피해 당당히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주변에 많은 폭탄이 떨어지고 그 중 한 발이 성당의 돔을 뚫고 내부에 떨어졌지만 다행히 터지지가 않았다. 즉시 해체반의 해체작업이 잘 이루어져 돔의 붕괴를 막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성당은 대공습에도 무너지지 않는 영국인들의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게 되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