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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Mar 17. 2016

남촌 한옥마을을 꿈꾸며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6.03.16일자

충무로역 3번 출구를 나와 왼쪽으로 돌면 남산방향으로 이어지는 직선로를 마주하게 된다. 그  길 끝자락에 고즈넉한 전통양식의 일주문이 남산한옥마을 입구임을 알려준다. 꽃샘추위로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수많은 요우커들이 북적이고 있어 이곳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코스임을 실감할 수 있다. 남산 북쪽 사면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이 한옥마을은 약 24,000여 평의 대지위에 5채의 한옥과 전통공예전시관, 전통정원, 타임캡슐 광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타임캡슐 광장은 지난 1994년 서울 정도 6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었고 한옥들은 서울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전통가옥들을 이곳으로 이전 복원해 놓은 것이다. 북촌한옥마을이 일제시기인 1930년대 전후에 만들어진 개량한옥들로 이루어져 있는 반면 이곳은 남산을 배경으로 조선말기의 순수 전통가옥과 전통조경으로 조성되어져 있다.

서울시는 현재 이웃한 예장동 일대를 공원화 하는 예장자락 재생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남산과 명동을 잇는 공원을 조성하고 곤돌라를 설치하여 남산 정상부까지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는 구상이다. 명동과 남대문시장, 그리고 내년에 완공될 서울역 고가공원을 연계한 보행중심의 서울 관광루트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현재도 남산을 찾는 외국방문객의 숫자는 인사동, 강남을 웃돌고 있다. 그렇게 되면 더욱 많은 외국관광객들이 남산을 찾을 것이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체험하고 싶은 외국관광객들의 수요에 맞추어서일까? 같은 남산자락인 신라호텔 옆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고급 한옥호텔이 추진되고 있다. 남산한옥마을을 그저 바라만보는 데서 그치는 아쉬움을 가까이 있는 한옥호텔에서 달래주겠다는 발빠른 사업구상이다. 그러나 ‘남산골 샌님’이라는 말처럼 이곳 남산골은 가난한 선비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다. 북촌이 권세있는 양반들의 부촌이었다면 남촌인 남산골은 가난한 선비들과 서민들의 생활공간이었다. 이러한 장소성을 고려한다면 이곳 남촌은 고급지향이 아닌 질박한 모습의 한옥 게스트하우스나 소규모 호텔들이 더 어울린다. 외국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남산에서 바라만 보는 한옥이 아닌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한옥마을을 꿈꾸어 본다. 머잖아 완공될 곤돌라를 타고 남산을 오르면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남촌 한옥마을의 풍광은 덤으로 얻어질 것이다.(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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