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음]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문가 칼럼_2012년 08월 10일
미래 방송의 모습!
먼저 "미래"라는 설정에 주목한다. 지난 세기 대비 기술, 문화, 사회적 환경 변화의 속도가 가늠할 수 없이 급격히 빨라진 21 C 현재. 이에 요즘 국내 유수의 대기업 기조실에서 조차도 5년 이상 짜리 사업계획서는 좀처럼 작성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최근 들은 바 있다. 아마도 여기서 "미래 방송"의 "미래"라는 설정은 5년 후 10년 후라는 구체적 설정이 아니라 현시대 이후 예상되는 전반적인 변화의 경향을 예측해보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방송(放送, Broadcasting)은 동시에 같은 콘텐츠를 일방향으로 전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동시에 같은'이라는 전제는 방송용 주파수, 불특정 다수, 실시간, 그리고 편성(編成)이라는 개념을 함께 동반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송의 개념이 최근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유무형의 거대한 변화 속에서 점점 과거의 정의를 대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방송사들의 콘텐츠는 이미 방송용 주파수뿐만 아니라 통신 주파수에 실려 TV 외의 다양한 기기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으며, 통신 서비스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이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선택에 의해 특정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 되었다. 이처럼 방송과 통신이 같은 콘텐츠를 각자의 망에 실어 나르면서 기존 '방송'의 원천 개념을 고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단, 아직까지 주요 콘텐츠의 제공 주체가 기존 방송 개념에서 설립된 방송사들이다 보니 실시간, 그리고 방송 편성의 개념은 아직 'VOD로 모든 것이 대체되었다'로 설명될 수준이 아니며 현재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현시대 사람들은 이미 오랫동안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콘텐츠 이용의 경로와 방법이 이미 있음에도 새로운 경로와 방법을 또 찾는 것인가? 사실상 굳이 똑같은 콘텐츠를 보는 것인데 말이다.
이에 어차피 '미래 방송'이라는 내용도 매우 추상적인 만큼 이를 예측해 보기 위해 보다 원천적인 내용을 들여다보자.
바로 인간의 욕망 구조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주창한 동기부여론을 보면 인간이 추구하는 동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는 생존적 동기와 사회적 동기로 나뉠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생존적 동기 (Motivation for Survival)로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배고픔, 갈증, 추위를 회피하고 보다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를 추구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가장 안락하고 편안하며 안전한 상태를 원하는 것이 본능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사회적 동기 (Social Motivation)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욕망들이다. 종족 번식과 관련된 성욕(sex), 이성간 사랑(love),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parenthood), 타인과의 경쟁과 관련된 우월 욕구와 질시(Jealousy), 집단으로 행동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동정(sympathy), 우정(friendship), 존경-복종(respect-obedience) 등은 대표적인 사회적 동기이다. 이외에도 호기심 욕구, 심미적 욕구는 모두 인간의 본능적 욕구 구조다.
인간은 이러한 욕망과 동기를 충족시켜주는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다, 즉 도구를 진화시킨다. 예들 들면 복사기는 정보 공유를 용이하게 해주는 욕구 충족의 목적을 갖고 있으며, 만년필은 망각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목적이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복사기를 구매하고 만년필을 사는 것은 제품 자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제공해주는 욕구 충족의 목적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기술의 제품이 같은 욕망을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다면, 인간은 미련 없이 과거의 제품을 외면하고 신제품을 받아들일 것이다. 다른 예로 먹지는 복사기에 의해, 그리고 붓은 만년필에 의해 대체되어 사라진 제품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동 타자기를 발명한 Smith corona는 다른 타자기 업체와의 경쟁이 아니라 PC 때문에 몰락했다.
그래서 전동드릴로 유명한 Black & Decker의 회장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1/4” 드릴이 아니라, 1/4” 구멍이다.”
이를 방송과 미디어의 관점에서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같은 콘텐츠를 보는 것을 전제한다고 해도 생존적 동기에 의하면 더 편하게 보는 방법을, 사회적 동기에 의하면 단순한 시청이 아닌 선택과 참여를, 호기심 욕구의 기준으로는 새로운 유형의 전달 방식을, 심미적 욕구에 의하면 더 아름다운 디자인의 단말기를 끊임없이 욕망한다는 것이며 이를 충족할 수 있다면 이는 꼭 기존 방송 개념의 틀에 의한 전달 방식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변화는 현재 우리 스스로가 직접 실감하고 있다.
방송 주파수에서 통신 주파수까지의 영역 확대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지난 몇 년 간 모바일 TV, 양방향 TV, 3D TV, 태블릿 TV 서비스, 스마트 TV 등 전송방법, 단말기, 서비스 유형 등을 넘나들며 인간의 욕망에 맞추어 방송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비단 방송의 예만 아니더라도 인간의 욕망과 21C 디지털 디지털 기술의 결합은 이처럼 기기간 또는 기기와 서비스가 융합되어 지속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산업과 가치사슬을 만들고 있고 이를 이른바 디지털 컨버전스라 부르고 있다. 이는 미디어 컨버전스, 디바이스 컨버전스, 네트워크 컨버전스, 서비스 컨버전스, 나아가 산업 간 컨버전스까지 끌어내며 다양한 유형과 계층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방송을 위시로 한 미디어 컨버전스가 보다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경제 구조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사용자(고객)가 형성되는 산업 특성을 띄면서 최대 규모 고객 네트워크 선점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고 바로 이 네트워크의 주도권의 핵심이 되는 것이 미디어 컨버전스이기 때문이다.
즉, 사용자의 변화에 대한 욕망뿐 아니라 미디어를 기반으로 집객을 유도하는 산업적 목적이 더해지면서 이제 기존 미디어(방송, 신문 등) 사업자, 통신사업자, 제조사, 이종 사업자 할 것 없이 미디어 산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의 방송의 패러다임이 변할 수밖에 없음을 제시한다.
결국, 시공간적으로 편리하고,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다양하며, 방송 외에 다른 서비스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멋진 디자인의 단말기를 제공해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하게 누가 할 수 있냐는 것만이 관건이다. 이를 잡스가 하겠다 했으며 래리 페이지가, 주커버그가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상적인 방송의 진화 형태를 살펴보면 다음의 4가지 특성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
Digitization, Wireless, Networking, Storage 가 그것이다(한광접, 2008).
디지털화된 영상을 언제 어디서나 이동 중에도 네트워크를 통해 저장하고 저장받아 또는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는 형태다. 현시대에도 이미 익숙하지만 여기에 Storage 측 Cloud computing 개념이 강화된 것이다. 이중 기존 방송에서 가능한 영역은 2가지 Digitization, Wireless이지만 통신은 Networking, Storage를 포함한 4가지를 모두 충족한다.
그렇다면 현 기술적 환경 내에서 고려해볼 때는 결국 기존의 방송 주파수보다 통신 주파수가 더 그 니즈에 부합함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표현보다 방송이 통신으로 이전되는 개념이 강화될 것으로 보는 것이 미래 방송 예측의 키라고 보인다. 물론 여기엔 트래픽과 이를 위한 지속적 망 구축이라는 딜레마가 동반되지만… 인간의 욕망과 산업의 기치가 함께 집중될 때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것이 된다.
단, 여기서 빠진 것이 있다. Henry Jenkins(2006)는 ‘융합은 다양한 미디어의 기능들이 하나의 기기에 융합되는 기술적 과정이 아니라, 소비자로 하여금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고 서로 흩어진 미디어 콘텐츠 간의 연결을 만들어 내도록 촉진하는 문화적 변화’라고 정의 한 바 있다. 미디어 융합의 변화에 핵심 요소는 '콘텐츠', 그리고 '상호작용'을 강조한 것이다.
이 같은 진화된 플랫폼이 도래된다고 할 때 과연 콘텐츠는 그에 맞는 수준까지 수요를 충족시킬 것인지는 의문이다.
최근 3D TV업계에서 나오는 볼멘소리 중 하나는 3D TV는 있는데 3D 영상은 거의 찾기 어렵다는 것. 또한 제 킨스의 지적은 과거와 달리 콘텐츠가 다수의 매체를 넘나들며 미디어 생산자(미디어 기업)와 소비자의 힘(참여문화)이 복잡하게 얽히며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중심의 시각이 중요함을 얘기하고 있다.
즉, 아무리 시대가 변해 옹기에서, 크리스털로, 스테인리스로 용기(容器)가 바뀌어도 기본을 이루는 것은 여기에 담긴 김치고, 젓갈이며, 장 맛이다. 또한 시청자들은 달라진 시청 방식, 단말기, 플랫폼 안에서 다시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그 기준은 다시 콘텐츠이며 시청자들과의 교감이다.
최근 컨버전스로 인해 특히 통신사업자들은 무한경쟁에 직면하게 되었고, 해외 많은 주요 사업자들이 이러한 경쟁에 무선을 포함한 QPS(Quadruple Play Service) 결합 판매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결국 결합 서비스는 정해진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만큼 결합 서비스 자체가 위기 돌파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단순하고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만이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일품요리와 코스요리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부모님, 어르신들도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기술로 무장해야 한다. 여기에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환경이 바뀌고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결국 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위한 노력은 그 내용의 충실함을 어떻게 끌어내고 이어가느냐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