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선생님인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귀한 시간을 쌓아 내게 온 너희들
친구이자 동료인 선생님들이 내가 아기를 낳고 나니 종종 묻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아기 낳으니까 어때? 애들이 좀 달라 보여? 이제 엄마들이 이해가 돼?"라는 질문.
이 질문은 타인에게 듣기 전부터 내가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이제 내가 애 엄마가 되었으니 날 힘들게 하던 그 부모들이 이해가 되려나?'
라는 생각을 아기를 키우며 50일 100일.. 지나며 종종 해왔는데
어느 순간 '아 내가 이젠 전과는 조금 달라졌구나'를 느끼게 된 순간이 있었다
너무 자연스러운 순간과 감정이어서
꽤 아름답게 기억되는.
내 아들은 양가에 첫 손주이자 하나뿐인 손주다
남편도 나도 첫째고
시누이도 내 동생들도 아직은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다
그러니 얼마나 어화둥둥 내 새끼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양가에 하나뿐인 첫 손주입니다'라는 한 마디로 모든 게 설명이 된다
그래서 양가를 오가며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많은 사랑을 지금까지도 받고 있는데,
100일 즈음해서 우리 집에 양가 가족들을 초대해 100일 잔치를 했었다
나와 남편 두 사람 외에는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는 어른들이 여럿 모여 (사실 사돈관계가 그렇지 않은가?)
아기 하나만 바라보고 하하 호호 웃고, 이야기 나누고, 행복한 시간을 나누는 장면을 가만- 보자 하니
손주 하나 낳았다고 효도한 기분이더라
그러면서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스스로를 깨닫기도 전에 이렇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는 존재라니!
아, 우리 반이었던 아이들도 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나에게 왔구나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러면서 한 명 한 명 우리 반이었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그래 너도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의 똥강아지겠지'
그 똥강아지들이 첫 탄생부터 100일 첫돌 두 돌 세돌.. 그 많고 많은 사랑의 시간들을 지나
나에게 왔구나
귀한 사랑이 쌓여서 귀한 너희가 내게 왔구나. 를 느꼈다
'그래서 그 엄마들이 그랬구나. 너무 귀한 내 새끼여서.
엄마로서 겪는 일은 모두 처음이라서.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그들에 대한 이해도 하게 되었고
왜 엄마들이 가끔은 아기 안 낳아본 선생님들은 이해 못 할 거야 라는 스탠스를 취했는지도 이젠 알겠다
사실 그전에 나를 힘들게 하는 부모들을 만나거나
날 힘들게 하는 아이들을 만나면
'나도 우리 엄마 아빠 귀한 집 딸내미예요!!!'라는 말이 혓바닥 끝에서 대롱거렸는데
이젠 [교사인 나]의 관점에서 [엄마이자 교사인 나]의 관점으로 바뀌어
조금은 더 여유롭고 넓은 마음을 갖게 되었달까.
반면에
'와 애 엄마 애 아빤데 자기 선생한테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뭐, 그런 진상들보단 좋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나는 곳이 우리 유치원이니까
귀한 시간을 쌓아 내게 온 아이들에게 더 진심으로 따듯한 선생님이 되어줘야겠다는 다짐이 훨씬 앞선다
내가 지금 우리 아들이 선생님들한테 그저 예쁨 받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도 우리 반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줘야겠다
사실 내가 받는 사랑이 훨씬 커서 아이들이 보내주는 사랑을 그 이상으로 돌려주는 게
말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많고 많은 마음으로 안아주고 달래주고 사랑해 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