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지친 날 시로 위로받기

시간이 해결해 주리

by 아샘

애 둘 육아 7개월 차..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아니 그전 임신으로 인한 불면증부터 포함하면

잠을 잘 못 잔 지 1년도 훨씬 넘은 것 같다

특히 둘째가 태어난 이후부터는 3시간을 연달아 자본 적이 없다

쪽잠에 쪽잠에 쪽잠..


누군가는 수면교육 실패사례라 그렇다 말할 수 있겠지만

우는 것이 보통이 아닌 둘째인지라

첫째 깰까 봐 수면교육도 마음먹기가 쉽지가 않고.....


거울을 볼 때마다 눈은 퀭하고 팔자주름은 깊어지는 것 같다

(실제로 그렇다. 몹시 슬프다.)



우리 둘째는 저녁 6시 30분에 막수를 하고 7시에 밤잠에 든다

첫째를 이어서 재워야 하기 때문에 내가 만든 패턴이다

둘째가 잠들면 첫째 동화책을 읽어주고 우유를 먹이고 양치질시키고

화장실 응가를 기다려주고 뒤처리를 한 후에 재운다

운 좋으면 8시 반 나쁘면 10시

내 육퇴 시간이다

육퇴 후엔 이렇게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한다

그리고 12시 즈음부터 나도 자러 가는데..

문제는 한 11시부터 둘째의 찡찡거림이 시작된다

언제까지?

밥 달라고 우는 새벽 4시 혹은 5시까지

고로 나는 2시간 이상 깊게 잘 수가 없다ㅋㅋㅋ

한 놈 찡찡거려서 달래주면 좀 있다가 다른 놈이 찡찡거리고

새벽에 침대를 건너 다니며 토닥머신이 된다

자다가 눈 뜨면 "내가 언제 여기 와있지?" 싶을 때가 다반사다


잠결에 침대를 넘나들며 자식들 토닥이는 동안 나의 수면의 질은 바닥을 치다 못해 지하를 뚫는다


애들 잘 때 같이 밤잠 자면 되지 않냐?

그러기엔 내 육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낮잠 자면 되지 않냐?

우리 둘째는 낮잠도 길게 자지 않을뿐더러 살면서 낮잠을 자본적이 없는 인간이라 아무리 피곤해도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제발 머리대면 자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여간에 이렇게 누적된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에,

근래 이유식 거부로 인해 스트레스가 더- 늘었다

비싸게 주고 사서 정성껏 다진 한우를 둘째가 유독 싫어한다

세 입정도 먹고 나면 분유 내놓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우는데

진짜 미칠 노릇이다



오늘 아침,

어제 밤새 애들한테 토닥머신으로 시달리고

아침에 이유식 거부로 소리소리 지르며 우는 둘째를 보니

'나 지금 여기서 뭐 하지?'

한 발 더 나아가서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그릇도 안 되는 놈이 둘이나 낳았지?'

라는 생각까지 들고

생후 200일 갓 넘은 둘째에게 너무 화가 났다

먹지 마! 하고 싱크대에 던져버리고 분유를 주고 씩씩거리는 나를 보자니

저리 작은 애한테 화나는 내 자신이 싫고 애한테 미안하고

근데 서로 불쌍하고,, 뭐 그랬다



사실은 오늘 뿐 아니다

근래 자주, 매일, 화가 난다

내 말을 듣고 단번에 이행하지 않는 첫째에게 화가 나고

예민한 아이로 추정되는 둘째에게 화가 난다

애는 우는 게 맞는 건데 우는 소리 징징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가 도진달까..

이런 시기인거 아는데 정신적으로 지친다

막말로 그들의 커다란 감정쓰레기통(?)이 되어 받아주고 정제해 주고 온화한 육아를 해줘야 하는데

안된다. 잘 안된다. 아는데 안된다.



그래도 첫째 육아 때보다 경력직으로서 많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제오늘처럼 단단함에 금이 가는 순간들이 있다


한껏 지쳐서 집안일을 마치고 수유쿠션에 널브러져

아침에 적어 잘 보이게 세워놓은 TO DO LIST를 노려봤다

나의 26년도 목표인 '읽는 인간'이 되기 위해 [독서]라는 항목을 1순위로 적어놓았다

휴..

책을 읽어야 하는데 너무 지쳐서 읽을 기력도 없고..

하지만 그 기력 없음에 지고 싶지는 않아서, 또 2월 초인데 벌써 게으른 나에게 굴복하기 싫어서

반쯤 읽고 접어두었던 류시화작가의 잠언시집을 펼쳤다

시는 짧잖아.. 짧게라도 읽자-



하루 목표의 도피처로 찾은 시집이었지만

이시기 즈음 시집을 찾아 읽으라는 계시였나,

시를 읽으니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더라


그리고 위로가 찾아왔다



그 중 가장 위로가 된 시를 발췌한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정해진 때가 있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다.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멀리할 때가 있다.

얻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싸울 때가 있고 화해할 때가 있다.


- 구약성서 전도서





이미 첫째를 키워보았기 때문에 알고 있다

2년만 버티면 된다는 거.

아니 돌만 지나도 조금 나을거라는 거.

그 시간을 견디기만 할 것이냐 즐길 것이냐는 내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그냥 지금은 그럴 때다

내 둘째는 세상을 알아가느라 당황스럽고 힘들고 엄마에게만 의지할 때고

나는 아들 둘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 적응하는 중이라 힘들 때고.

하지만 동시에 서로 사랑하고 행복할 때다


그냥 그럴 때인거다

둘째가 예민해서 어째서-

남편이 밤에 전적으로 애들을 봐준적이 없어서 잠을 못자서 어째서-

이런 저런 이유로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하기 전에

그냥

시간이 해결해 준다.

그럴 때다-!

하고 쿨하게 생각해버리자

잠 못자는 거, 힘든 거, 다 지나간다

영양제 잘 챙겨먹고 쪽잠이라도 야무지게 잘 수 밖에


할 수 있는 걸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인생살이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렸다

다 때가 있다!

지금은 아이를 껴안을 때고

사랑할 때고

지킬 때고

울 때고 웃을 때다

아이가 자랄 때다

엄마도 자랄 때다


모든 육아인생 화이팅이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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