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과 무시하기 권법
아들 42개월
미운 네살. 이제 다섯살.
쉽지않다
키워본 사람, 키우는 사람은 다 공감할 거다
자아가 생기고 주도성이 자라는 시기이니 '내가' '내 뜻대로'가 당연~한 발달 과정이지만
부모입장에서는 참으로 속터지고 부글부글 끓는 순간들이 생기기도 한다
내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리 첫째는 양가의 첫 손주로 아주 금이야 옥이야 할머니 할아버지의 애정을 받고 자랐다
다 좋은데, 시댁에서는 이 금이야 옥이야가 우는 것이 용납이 안된다
그래서 밥투정을 부려도, 특별한 이유 없이 어린이집에 안가겠다고 떼를 써도 금이야 옥이야씨 마음 다칠까봐 괜찮은거다
부모인 내가 남편과 원래 하던대로 훈육하면, 도리어 왜 애를 울리냐며 아들 앞에서 훈육 당하는(?) 상황이 생겨 결국엔 입을 닫게 된다
할머니 할아버지댁에 가면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우리반 엄마들과 상담하다보면 간혹 '할머니 할아버지랑 육아관이 안맞아서요.. 하지말라고 이야기해도 소용없어요...' 라며 곤란해했는데, 단박에 이해가 되는 것이다
갑자기 급발진으로 시댁 욕하자는게 아니라 (ㅋㅋㅋ남편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합리적인 훈육을 위한 '일관성'을 이야기 하려는거다
주도성이 길러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순간들을 허용해주지만
이젠 만3세 어린이이기 때문에 사회의 규칙과 약속들. 부모가 이야기하는 제한된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배워가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훈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이 훈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일.관.성.이다 이 말이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이 중요한 [일관성]을 위해 아이들이 자고 나면,
갈등상황에서 서로의 대처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고 같은 훈육을 위해 입을 맞춘다
일상에서는 훈육과정에서 큰 이변이 없다
할머니댁에 가서 밥을 먹지 않거나 (모든 밥투정을 받아주시므로) 너무 자주 만나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부부간의 훈육의 기준이 몹시 다르거나, 방법이 다른 경우다
엄마는 안된다고 했던 것이 아빠는 된다던지
아빠가 훈육하고 있는데, 왜 애한테 그러냐며 엄마가 다가와 아빠를 혼낸다던지
아빠는 타이르는 훈육을 하는데, 엄마는 때린다던지..
입장 바꿔 우리의 엄마 아빠들이 그랬다면 우린 어떻게 생각할까
'대체 어쩌라는거야?' 라고 하지 않을까?
유아기 아이들은 부모에게 사춘기 아이들처럼 논리적으로 대들수도 없고
그저 혼란스러워 하게 된다
불안해하게 되고, 사람에 따라 눈치를 봐가며 다른 행동을 보이게 되기도 한다
부모만 달라도 힘든데, 여기에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기준이 다르고
주양육자들이 계속 바뀌어 여러 어른들을 상대해야 하는 아이는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다
정서가 불안정한 아이들. 공격성이 짙거나 다른 친구들을 따돌리거나 소위 예쁜말을 쓰지 않는 어린이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양육자가 자주 바뀌었거나 너무 일찍부터 기관에 오랜 시간 맡겨진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한 유치원의 선생님들만 봐도
어떤 선생님은 김치를 꼭 먹이고 싶어하고,
어떤 선생님은 김치를 못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김치뿐 아니라 일상에서 아이에게는 함께하는 어른이 곧 규칙인데
이 룰이 계속 바뀐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어지러울까.
그러니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부모는
적어도 같은 육아원칙으로 일관성있는 육아, 일관성있는 훈육의 태도를 가짐이 맞다.
두번째로, 그 훈육을 어찌해야하냐가 문제인데..
내가 살던 90년대를 떠올려보면 우린 맞고 자란 세대다
문구점에는 끝이 빨간 회초리를 팔았고,
난 아빠한테 정해진 10대를 맞다가 매가 부러지면 돈주고 매를 사와
내가 골라온 매로 다시 남은만큼을 맞아야했다
우리 세대땐 행동주의 풍조가 만연했던 시절이라 보상과 벌이 교육 패러다임이었고
그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이제 맞고 자라는 세대는 끝났다
혼내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는 이상한 시대가 온 것 같기도 하다
맞고 자라온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그 설움을 아이에겐 되물림하고싶지 않은 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맞고 자랐기 때문에, 때리는 것은 절대 좋은 훈육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공포는 순간은 모면할 수 있지만 결국은 아이를 숨게 만들고, 부모의 뜻을 아이가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그랬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하고 책을 읽어보니
그 중 하나의 방법으로 무시하기 권법이 있었다
아이가 공격적으로 떼를 부리면 바쁜 척을 하며 그 행동을 무시하라는 것
너무 편리하지 않은가?
애랑 씨름하고 소리지르고 눈으로 욕하지 말고
'네가 이야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구나 그럼 엄마는 기다릴게. 준비되면 이야기해' 라던지
'스스로 마음을 좀 가라앉힐 시간을 줄게' 라고 이야기하고
안그래도 바쁜 집안일을 하러 가는거다
물론 갑자기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밖에 나가버린다거나 마트에 장을 보러가면 안된다
아이가 보이는 곳에서. 아이의 안전을 신경쓰되 감정은 스스로 컨트롤하게 시간을 주는것이다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임을 알리고
아무리 네가 떼를 써도 안된다. 네가 울고 떼 쓰는 것은 옳지 않으니 나는 네가 이야기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 이런 스탠스로.
혹시 애가 울다 지쳐 자면 땡큐.
일어나서 괜히 긁어부스럼하지말고 하루가 흘러가게 둔 후 차후에 같은 상황이 발발되었을 때 다시 이야기하기. 왜냐면 울다 지칠때까지 자기 뜻을 부모가 들어주지 않았음을 아이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떼쓰고 발로차고 장난감을 던지면
위험한 행동은 하지 못하게 손을 잡고 막은 후
정확하게 이야기해주고 그 행동이 멈춰지면 격한 울음을 스스로 그칠때까지 기다려준다
그 과정에서 울지마, 누가 애기처럼 떼써! 라는 식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가 원칙으로 삼는 바는
안되는 것은 안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폭력적일 필요는 없다. 라는 것이다
영상을 더 보고싶어서 울고 떼쓴 적이 있는데
약속된 시간이 끝났으므로 볼 수 없다. 라고 이야기했다
울었고 계속 떼를 썼다. 떼를 쓰고 내 손을 때렸다.
네가 속상한 마음은 아는데, 화가 난다고 때리면 안돼. 또 엄마 때리고 떼쓰면 내일은 아무것도 보여줄 수 없어. 라고 했다.
더 울었고 바닥을 굴렀다.
그래도 내버려두고 기다린다.
체감상 억겁이 시간이 지나고 눈물이 그치면
차분히 앉아 속상한 마음을 공감해주고 오늘은 시간이 끝났으니 내일 보는 것이라고
우리집 스크린타임 규칙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절대 다른 사람을 때리면 안된다고 단호하게(애 입장에서 무서울 수 있음ㅎ)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안아준다. 끝
그런데 이렇게 하기 힘든 날.
나도 지친날. 애 둘을 혼자 독박으로 봐야하는 날.
그런 날은 무시하기 권법을 종종 써봐야겠다
육아.. 누가 낳으면 다 큰다고 했나...
아니다, 스스로 크는 아이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오늘도 모든 부모들이여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