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19
2019.02
2월 초에 달력을 한 번 본 이후로는 가끔씩 한숨을 쉬며 살았다. 설 연휴와 두 번의 짧은 여행을 마치면 곧 일을 시작하기 위해 출국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부터였다. 사실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내가 근심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해답을 작년에 어느 정도 찾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을 떠나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아쉬운지, 미국을 돌아가는 일에는 어떤 부담이 있는지 여행 도중에 짬짬이 생각을 해보았지만 대단한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오는 한숨은 일종의 조건반사 같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국이 가까워지면 별 이유 없이 한숨이 나는구나. 마음의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에 따라 그런 노력을 하는 요즘이었다.
그러던 중에 KBS 올댓뮤직에서 김사월씨와 권나무씨가 출연하는 공연을 보러 갔던 것이 나에게는 생각에 없었던 특별한 순간으로 남게 되었다. 2회분 촬영을 한꺼번에 하는 바람에, 딱딱한 의자에 앉아 관심이 없는 가수들의 공연을 보며 90분을 기다린 후에야 관객들이 고대하던 김사월씨의 무대를 볼 수 있었는데, 음악은 물론 훌륭했고 또 무대 위에서 이루어졌던 인터뷰가 그날의 백미로 느껴질 만큼 인상적이었다. 대화의 형식을 빌린 인터뷰에서 김사월씨가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셨던 터라, 음악인이 아닌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관객들의 기다림에 상응하는 가치를 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숨죽여 인터뷰에 빠져들고 있던 순간에 나는 문득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두가 그녀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고, 지금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한 없이 좋아하는 마음과, 그런 마음을 가진 이들을 곁에서 보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 이구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그저 좋아하는 일은 참 자연스럽구나.
그녀의 순서가 끝나고 무대를 내려오며 김사월 씨는 관객들에게 특유의 눈웃음과 함께 손을 작게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었다. 그 인사를 받으며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힘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어주게 되었는데, 옆을 보니 관객들 대부분이 홀린 듯 손을 흔들며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녀의 뒷 모습을 보며 참 자연스럽게도 앞으로는 마음을 정리해야 하는 일들 보다는 순수하게 좋아할 일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어진 공연에서 권나무씨의 차분한 노랫말이 그 생각에 대한 대답이 되어 주었다. 아 나 또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떠나는 것 뿐이야.
"고여있는 마음은 어디론가 흘러가야지
후회들로 길을 잃어도 괜찮아
모두 다 사랑을 찾아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