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대니얼 T. 윌링햄
성적의 판도를 가르는 뇌 최적화의 기술
남편이 카톡으로 보내준 링크의 글 끝에 이 책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너무 잔인한 말이다. 나의 시간과 노력, 의지까지 모두 부어봤으나 정작 공부가 제대로 된 것이 아닌 경우, 이보다 더 힘이 빠지는 일이 있을까? 겪어봐서 안다. 어떤 시행착오건 본인이 경험해 보고 수정을 거쳐야 하는 건 맞지만 이왕이면 내가 이 책을 읽고 뭔가 깨닫게 된다면 내 아이에게는 조금 더 좋은 안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지심리학 대니얼 T. 윌링햄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흔히 착각하기 쉬운 학습의 오류를 지적한다. 단순히 반복해서 읽으며 얻는 익숙함을 이해로 오해하는 뇌의 본성을 역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책은 뇌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필기, 암기, 시험 불안 관리까지 공부의 전 과정을 체계화하여 제시한다. 의지력이 아닌 기술로 성적의 판도를 바꾸는 실질적인 뇌 최적화 전략을 담았다. 효율적인 학습을 갈망하는 아이들에게 진짜 공부의 길을 제시하는 실전 가이드북이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25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수천 시간의 수업을 듣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에 대단히 익숙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p.35
사람들은 수업을 듣는 게 쉬운 일이라고 종종 잘못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단지 앉아서 듣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36
열의가 없는 학생이나 성인은 똑같은 모습이며, 나는 그러한 사람들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그들은 자리에 축 가라앉아 있다. 눈빛은 흐릿하고, 내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서서히 시선을 돌린다. 그 이유는 그들이 개인적인 문제로 지쳤거나 근심이 있거나 주의가 산만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다만 ‘수동적’이다. 그들은 강의를 영화나 공연처럼 생각한다.
p.37
교사가 수업자료를 나눠준다고 해보자. 혹은 수업 개요나 데이터를 담은 자료를 제공한다고 해보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에 앞서 다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애초에 우리는 왜 필기 하는가?
p.38
우리는 필기하는 행위로서 기억 강화의 이점을 얻고자 한다. 그러므로 나중에 수업자료를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필기를 하자. 만약 수업 전에 그러한 자료를 받았다면, 수업을 들으면서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자. 수업을 들으면서 이미 작성된 개요를 따라가는 방법은 기억 강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꽤 혼란을 줄 수 있다. 파워포인트 유인물에도 마찬가지다. 인쇄물에 직접 필기를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나중에 수업 자료와 자신의 필기를 조합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앉아만 있어도 공부했다는 착각이 들까?
수천 시간의 수업을 들었으니 공부 방법쯤은 통달했을 거라는 생각, 그것이 바로 첫 번째 착각이다. 저자는 강의실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관객에 비유했다. 영화나 공연을 보듯 정보를 받아들이는 행동은 학습이 아닌 감상이었다. 왜 그런 가를 살펴보니,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내용이 나왔다. 우리의 뇌는 에너지를 아끼려는 본성이 있어 외부 자극이 주어질 때 스스로 구조를 잡기보다 그저 흘려보내기를 선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흘러감을 방지할 도구가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필기였다. 우리는 흔히 완벽한 수업자료나 파워포인트 유인물이 있으면 공부가 쉬워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인쇄물에 직접 필기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 이미 정리된 틀 위에 몇 마디 덧붙이는 방식은 뇌를 게으르게 만든다. 필기의 본질은 기록이 아니라 기억의 강화에 있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서 정보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능동적인 과정이 생략된 필기는 그저 종이 위의 낙서일 뿐이다.
이 구절을 읽으며 과거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깨끗하게 정리된 요약 노트를 손에 넣었을 때의 안도감, 수업 내내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적느라 정작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지식을 쌓는 과정이 아니라 그저 불안을 잠재우는 행위였다.
수집가가 아닌 생산자의 태도로 공부에 임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자료를 줘도 일단 나만의 언어로 거칠게나마 직접 필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뇌가 정보를 재구성하며 지식의 근육을 쓰는 고통이 필요하다. 아이에게도 공부에 관해 묻는다면 “얼마나 앉아 있었니?”라고 묻는 대신에 “오늘 네 손으로 직접 정리해 본 내용은 무엇이니?”라고 묻는 것이 진짜 공부의 길을 안내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241
시험을 망쳤다면, 시험을 준비하는 방식에서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결론짓는다. “공부를 더 해야겠어.” 하지만 전혀 주체적이지 않은 이 결론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p.243
자신이 틀린 문제의 내용을 분석하자.
자신이 놓친 내용이 노트와 학습 가이드 안에 포함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자. 만약 없다면, 노트와 학습 가이드를 완벽하게 작성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면 그 정보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요구했는가?
시험에서 틀린 각각의 문제를 살펴보면서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분석해 보자.
p.254
질문이 애매모호하거나 혼란을 야기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대부분 내용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깊지 않기 때문이다.
p.259
우수한 학생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도 분명히 실수를 저지른다.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구분하는 기분은 실수를 들여다보고 이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다.
시험이 끝난 후 시작되는 진짜 공부, 오답이라는 보물지도
시험을 망쳤을 때 우리는 흔히 ‘다음엔 더 열심히, 더 많이 공부하겠다’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두고 ‘주체적이지 못한 무의미한 결론’이라고 보았다. 중요한 것은 양(Quantity)이 아니라 질(Quality)이며 그 질을 결정하는 것은 시험 직후 행하는 오답의 해부에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답의 원인을 냉정하게 분류하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몰랐던 것인지, 노트 정리 자체가 부실했는지, 혹은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응용 방식에 당황한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꼬여서 나왔다”거나 “질문이 애매하다”는 불평은 사실 내 지식의 깊이가 얕은 증거라는 팩트 폭격은 뼈아프지만 핵심적인 지적이었다. 지식이 깊고 단단하면 모호함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5학년이 된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를 평소보다 많이 마주했을 때, 나는 그저 “다음엔 더 꼼꼼히 보자”라는 공허한 말만 되풀이하진 않았던가? 그것은 아이의 학습 결손을 메워주는 가이드가 아니라 부모인 나의 불안을 잠재우는 무책임한 위로였을지도 모른다. 우수한 학생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기꺼이 들여다보고 배우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말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된 나에게도 깊이 새겨야 할 다짐이었다.
이제 아이가 “실수했어요”라고 말할 때, 그 실수를 단순한‘운’의 영역으로 넘겨버리지 않도록 도와야겠다. 조금 귀찮더라도 아이와 함께 틀린 문제를 펼쳐놓고 당시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지나갔는지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노트에 없던 내용인지, 아니면 개념을 알면서도 활용하지 못한 것인지 함께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실수가 실패가 아니라 지식의 구멍을 메울 소중한 데이터임을 가르쳐주고 싶다.
p.268
사람들, 특히 학생들은 잠을 선택적인 활동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수면 부족은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며, 주말에 밀린 잠을 보충할 수 있다는 이상한 가정을 하면서 말이다. 그들이 먹기나 숨쉬기처럼 다른 기본적인 활동에 하지 않을 실험을 수면에 한다.
p.272
더 나은 전략은 과제가 아니라 시간을 기준으로 학습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일 학습에 투자해야 할 시간을 계획하자. 내일이나 다음 며칠까지 처리해야만 하는 일이 없다면, 그 이후에 해야 할 과제에 시간을 투자하자.
p.280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대부분 몇 주에 걸쳐 학습의 효과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었지만, 계획과 관련된 내용은 몇 년에 걸쳐 학습해야 할 지적인 과정이다. 몇몇 학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공부에 대한 책임이 커진다는 것을 느끼지 못해 계획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필요가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가?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구체적으로 대답할 필요는 없다. 다만 광범위한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
목표와 함께 성취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을 적어보자.
p.281
자신이 추구하는 분야에서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온라인 정보를 보완하자.
지치지 않는 공부 엔진 잠 그리고 계획
많은 이들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이 '잠'이다. 하지만 저자 대니얼 윌링햄은 수면 부족을 “먹기나 숨쉬기를 거르는 것과 같은 위험한 실험”이라고 경고한다. 뇌과학적으로 잠은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고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는 필수 공정이다. 잠을 줄여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며 독을 더 깨는 것과 다름없다.
아이의 집 공부를 코칭 하며 마음이 늘 왔다 갔다 하는 점도 책에 나와 있었다. 바로 기준을 할 일(Task)의 분량에 잡아야 하는지 아니면, 시간(Time)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우리는 흔히 “오늘 수학 2장 풀기” 식의 목표를 세우지만 이는 과업을 해치우는 데 급급하게 만들어 학습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대신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수학 공부하기”처럼 시간을 정해두면 정해진 시간 내에 온전히 몰입하고 남은 과업에 대한 압박 없이 장기적인 학습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요즘 어떤 교육서를 펼쳐도 만날 수 있는 단어 ‘진로’도 만날 수 있었다. 10년 뒤의 나를 위해 지금 무엇을 배워야 할까? 라는 질문. 이 질문이 아마도 가장 강력한 지적 동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잠. 매일 정해진 시간에 책상에 앉는 시간 중심의 습관과 함께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잘 수 있는 수면 중심의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또한 아이가 꿈꾸는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를 찾아보며 지금의 공부가 먼 미래의 나를 만드는 즐거운 과정임을 알게 해주고 싶다. 공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10년, 아니 평생을 이어갈 지적인 여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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