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영향력 - 데이비드 예거
10세에서 25세까지, 젊은 세대를 변화시키는 동기부여의 새로운 과학
주기적으로 교육서를 읽다 보면 아이를 대하는 행동에 있어 어떠한 말이나 행동 기술보다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주된 공통점들을 발견한다. ‘그랬구나. 그래서 우리 OO이 속상했구나’와 같은 공감 섞인 말 또는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짓는 단호한 표정. 이런 기술들보다 더 먼저 형성되어야 하는 것은 아이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다.
데이비드 예거는 아이를 변화시키는 특별한 비결을 찾기보다 어른이 어떤 존재로 곁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10세에서 25세까지, 흔히 ‘요즘 아이들’이라 묶여 버리는 이 시기의 아이들은 통제나 설득보다 존중과 기대에 반응한다. 『어른의 영향력』은 훈계의 말이 왜 닿지 않는지, 대신 어떤 태도가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연구와 사례로 차분히 보여주었다.
p.75
청소년들이 처한 강력한 상황이란 무엇일까? 나는 이를 가리켜 ‘청소년의 곤경’이라고 부른다. 간단히 말해서, 지위와 존중을 바라는 청소년들의 신경생물학적 요구와, 현재의 상황(예: 관계, 역할, 직업)에서 손에 넣을 수 있는 지위나 존중의 수준이 서로 불일치하는 상황이다.
p.103
멘토 마인드셋은 높은 기준과 높은 지원을 동시에 적용한다. 높은 기준을 유지하면 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막을 수 있다. 동시에 높은 지원은 우리가 청소년들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알려준다.
p.123
리더십 스타일을 형성하는 데 있어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부정적인 믿음에는 부정적인 행동이 따르고, 긍정적인 믿음에는 긍정적인 행동이 따른다.
p.192
에스트라다의 수업에서 과제는 그날 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반영하며, 학생의 능력을 전반적으로 측정하는 수단이 아니다. 에스트라다의 임무는 학생들의 혼란을 해결하고 학생들이 막다른 길에서 벗어나 더 높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단 한번의 실패로 학생들을 판단하지 않는다. “너는 단순한 숫자 그 이상의 존재야.” 그는 끊임없이 말했고, 그것은 효과가 있었다. 한 학생이 말했다. “에스트라다 선생님 수업에서는 질문하면서 멍청하다고 느낄 때가 없어요. 반 친구들도 다들 잘 도와줘요. 선생님이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느끼는 일이 없도록 신경쓰기 때문인 것 같아요.”
p.215
“늘 있는 일이지만 시험을 망치면 선생님은 그 점수를 그대로 주는 대신 상담 시간에 불러서 ‘그래, 어떤 실수를 했는지 살펴보고, 왜 그런 실수를 하게 됐는지 찾아본 후 고치도록 하자’고 말씀하세요.” ‘협력적 문제해결’이다! “이제는 우리를 학생으로 아껴주는 선생님들에게 감사해요. 에스트라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신경 써주셨고, 성공할 수 있는 도구와 자원을 주셨죠. 그래서 수업을 끝까지 들을 수 있었어요.”
강요자·보호자·멘토, 어른의 세 가지 태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마인드셋’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마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어떤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기 이전에, 이미 그 사람 안에 자리 잡은 기본값 같은 것. 마인드셋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배우기 전에, 아이를 어떤 존재로 보고 있는지가 먼저였다.
『어른의 영향력』에서 말하는 세 가지 마인드셋은 강요자, 보호자, 그리고 멘토다. 강요자는 높은 기준을 요구하지만 지원이 부족하고, 보호자는 아이를 아끼는 마음으로 기준을 낮춘다. 멘토는 다르다. 멘토 마인드셋은 높은 기준과 높은 지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아이를 통제의 대상이나 연약한 존재가 아닌 성장 가능한 존재로 바라본다.
내가 책에서 말하는 10세에서 25세 사이의 ‘요즘 아이들’이었을 때, 그 시절 간절히 바랐던 어른은 정답을 대신 알려주는 사람도, 실패를 막아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에스트라다 선생님의 사례를 읽으며 좋은 멘토란 아이의 성장에 대한 믿음에 있어 행동과 마음이 일치된 진짜 태도를 가진 어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내가 아이에게 되어주고 싶은 어른이 바로 그런 멘토 마인드셋을 가진 어른이다.
p.217
헥트는 메시지를 전달한 다음에 꼭 기회를 줘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선적인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발전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학기초에 실수하면 한 학기 내내 낙제생을 면할 수 없는 채점 정책을 적용하는 교사는 거짓말쟁이처럼 보일 것이다. 게다가 10대 청소년들은 이런 위선을 귀신같이 감지한다.
p.218
어려운 시험을 앞뒀을 때처럼 힘겨운 순간마다 메시지를 반복해야 했다. 학생들은 그럴 때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의심하고 취약해져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으면 천재 아니면 바보로 분류하고 싶어 할 뿐이라는 해묵은 기본 가정에 다시 빠진다.
p.269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스트레스에 관한 상식 중 헛소리가 너무 많아서다.
스트레스가 심신을 약화한다는 믿음은 보호자 마인드 셋을 유발하기 쉽다. 아끼는 사람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고 스트레스는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행동을 하도록 격려하기 마련이다(예: 목표를 낮춘다). 혹은 우리가 직접 개입해서 스트레스로부터 그 사람을 보호하려고 들기도 한다. (예: 업무를 줄여준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수업보다 정신 건강에 집중하라는 조언으로 하위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자 했다.
어떤 경우에는 이런 믿음이 강요자 마인드 셋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금 하는 일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건 알지만 딱히 내가 너를 도와줄 방법은 없으니 끈기 있게 극복해나가야 해[아니면 포기하든가]’ 와 같은 말이나 생각을 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피해야 할 나쁜 것이거나 홀로 견뎌야 하는 나쁜 것이기 때문이다.
크럭의 연구는 스트레스가 심신을 약화한다는 현대 서구문화의 믿음이 진실이 아닐뿐더러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그만큼 어려움이 따르는 일을 하기로 선택했을 때,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부산물인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학위를 따거나, 직장에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기 힘든 대화를 해야 할 때는 스트레스가 따른다. 사실 스트레스가 우리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줄 때도 많다. 강의 수료, 발표 잘하기, 어려운 대화 나누기 같은 일에 대해서 걱정하다 보면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심신을 약화한다고 믿으면 스트레스에 신경을 쓰게 되고 한층 더 걱정하게 되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체 나는 어떻게 돼먹은 인간이기에 이렇게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거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이다.
p.271
스트레스가 심신을 강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치면 청소년들이 일부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자원으로 보게끔 설득할 수 있다. 게다가 스트레스가 심신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하다 보면, ‘실제로 스트레스가 성과 향상에 도움’을 주고 청소년들은 이를 기억하게 된다. 스트레스에 대한 멘토 마인드셋 접근법(스트레스를 회피하거나 스트레스에 짓눌리기보다는 이를 포용하는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지혜를 전달하도록 돕는다.
p.275
교수는 수업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인 최종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높은 기준을 유지했지만, 소소한 일일 과제는 줄여줌으로써 하위를 지원했다. 바꿔 말하면 ‘지적’인 엄격함은 유지하면서 ‘실행상’ 융통성을 제공한 것이다.
p.281
대신에 머리가 어려운 일에 성공함으로써 얻게 될 명성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므로 몸에서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한다 도전 유형 스트레스 반응은 불안감을 줄이고 자신감을 높이는 성향도 나타낸다. 동기 수준과 성과가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감성 과학자들은 위협 유형 반응에 대한 해결책이자 포기에 대한 대안으로 도전 반응을 권장하고자 한다.
아이의 스트레스에 대한 잘못된 믿음
이 책에서 말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놀랍게도 내 이야기였다. 스트레스가 심신을 약화한다는 생각은 아이를 보호하려는 보호자 마인드셋을 쉽게 불러왔다. 아이가 힘들어 보이면 목표를 낮춰주고 해야 할 일을 줄여주고 아예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려 했던 나의 모습이 그대로 겹쳐 보였다.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태도였다.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었으니까.
흥미로운 건 나 자신에게는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과정, 그 뒤에 오는 성취감을 위해 상황을 참고 일단 계속하는 것에 조금 더 익숙한 편이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목표를 낮춰 수정하거나, 해야 할 일들의 양을 줄이면 오히려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아이가 스트레스받는 모습은 보고도 그냥 넘기기가 잘 안되어 있다. 한숨을 쉬거나 짜증을 내면, 가서 뭐라도 해결해 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면 하지 마.”, “안 해도 괜찮아.”, “다른 걸 하든지, 양을 줄이자.” 스트레스는 나쁘고, 그런 상태에서 나온 결과는 결국 탈이 날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나는 그렇지 않으면서 왜 아이는 그럴 거라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생각하고 결론 내렸을까? 보조 바퀴를 떼고 두발자전거를 타던 그날을 떠올려보았다. 두발자전거 꼭 안타도 되니까 계속 보조 바퀴를 달고 타도 괜찮아는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것도 못 타타니 하는 강압적인 분위기도 답이 아니었다. 넘어져 상처가 나고 울더라도 결국엔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했다.
고민 끝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왔을 때 아이가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이가 스스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방법들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기다려줘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스트레스를 없애주는 어른이 아니라, 진짜 힘들 때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어른에 대한 믿음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려보았다.
책을 읽고 내가 고민한 부분에 대해 또 혼자만의 생각으로 결론 내리기보다, 이 문제에 관하여 아이와 대화를 나눠보았다. 그리고 아이는 뜻밖의 정답을 내게 건넸다. “엄마, 내가 힘들어할 때 엄마는 좋은 뜻에서 나 힘들지 말라고 ‘하지 마, 안 해도 돼’라고 해주는 거지만, 사실 그럴 때 오히려 힘이 빠져. 내가 짜증을 내더라고 ‘할 수 있을 거야, 조금만 더 해보자’라고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면 좋겠어.” 아이를 위해 낮춰주었던 기준이 사실은 아이의 힘을 빼고 있었다니. 이 책을 읽고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p.347
불안을 유발하지 말자
눈에 자주 띄는 가장 심각한 실수는 불안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목적을 들먹이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온 세상이 그들의 학습과 성장에 달려 있으며, 그들이 실패한다면 모두가 실망하고 사람들이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한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불안이 뇌 기능을 어떤 식으로 방해하는지 연구하는 학자들은 실험실에서 피험자들을 불안에 빠트릴 목적으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그러니 목적을 양자택일 명제로 만들지 말자.
p.365
전반적으로 우리의 연구는 학생들이 사회가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주체성과 소속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밝혀냈다. 그들은 소속감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을 완화해야 했다. 우리 연구에서 학생들은 좀 더 유용한 방식으로 소속감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준 짧은 개입법으로 그런 위협을 완화할 수 있었다.
불안은 진짜 동기가 될 수 없다
불안이 동기를 높인다는 생각은 내가 오랫동안 짓이겨 살아온 방식이었다. 세상은 험하고 경쟁은 치열하니 지금 조금 힘들어하는 건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 그런 말들은 현실적인 조언처럼 들렸지만 실제로는 불안을 자극하는 언어였다. 그 말을 들을수록 마음은 위축되고 반감은 쌓였다. 그런데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어느 순간 그것이 당연한 기준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데이비드 예거는 목적을 불안과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실패했을 때의 결과를 과장하거나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있는 것처럼 말하는 순간, 목적은 동기가 아니라 부담이 된다. 불안은 뇌의 기능을 방해하고 사고의 폭을 좁힌다. 선택지가 사라지고 도전은 회피로 바뀐다. 그래서 목적을 양자택일의 문제로 만들지 말라는 조언이 깊이 와닿았다.
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불안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불안은 아이를 사회의 기준에 더 단단히 묶어두고 스스로의 기준을 세울 기회를 빼앗는다. 모든 기준은 타인이 아닌, 자기 자신 내부에 있어야 한다. 어른의 역할은 아이에게 부담을 지우는 사람이 아니라 ‘너는 지금 그 자체로도 충분하지만, 더 성장할 가능성이 많은 아이’라는 믿음 위에 안전한 소속감을 건네는 사람이다. 불안이 아닌 안정된 소속감 위에 건네는 믿음과 그로 인한 내적 동기.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말하는 멘토 마인드셋의 핵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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