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 DAY#140

“저 먼저 갑니다. 끝나고 봐요~”라고 얘기해야 겠다.

by 히맨

PCT DAY#140 20150902

WACS2191(3525.37) to near CS2216(3566.7) : 41.33km

1. 비가 온다.
출발 준비하기 참 싫은 그런 날씨지만 그래도 스스로 재촉하며 준비했다. 텐트 문을 열고 나와 시간이 촉박해 부랴부랴 텐트를 걷는데…
“가는 거야?”
라며 텐트에서 얼굴만 빼꼼히 나온 희종이 형이 묻는다…;;
출발 시간 7시 다 돼가는데…
이제 뭐 이런 상황에 신경 안 쓰기로, 그냥 그런 사람이려니 생각하며,
“가야죠”라고 했다.
날씨 상황봐서 가겠단다.
“그래요” 하고 오늘 목적지만 알려주고 출발했다.
정말 서운하거나 화나거나 하는 생각은 전보다 많이 없어졌다. 그냥 간만에 비를 맞으며 걷는 느낌에 더 집중했으나, 그것도 잠시. 어제 형이 자기는 화이트패스에서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재보급상자를 보내고 가겠다는 말이 계속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토요일에 물건을 부칠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고, 다음 생각으로 넘어간다.
한 가지를 확실히 하고 싶다.
“형은 9/20까지 꼭 갈 생각은 없는 거죠??”
“하지만 저는 늦어도 그날까지 꼭 가야겠어요.”
만약에 그럴 생각이 있다면 같은 목표로 함께 하는 거고, 짐을 무거워도 전부 지고 가거나 같이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운행거리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는 먼저 갈거다.
“저 먼저 달려가고 싶으면 짐 맡기고 먼저 가라고 했었죠?? 제 짐 좀 부탁할게요~”
“저 먼저 갑니다. 끝나고 봐요~”
라고 얘기해야 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가고 있는데, 거의 운행 막바지에 뒤늦게 출발한 형이 따라붙었다.
(오늘따라 컨디션은 엄청 좋은갑네~;;)

도착해서 사이트 잡고 텐트를 꺼내는데 또 한 방 터뜨린다.
“내일 마을 갈거야?”
“아뇨”라는 내 짧고 단호한 대답에,
“나는 내일 마을 들렀다 갈게”
그냥 참… 에휴…


2. 오늘이 웬지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은 느낌에 물어봐야 했다.
나와 같은 목표로 갈 것인지 확인해 봐야 했다.
‘어떻게 시작하지?’
‘일단 내일 어떻게 운행하나 물어봐야겠다.’
반대편 희종이 형 텐트에서 밥 먹는 소리가 격렬하게 들린다.;;
‘밥 먹을 땐 건드리지 말자…’
그러면서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밥을 먹을 것인가, 배고프니 그 전에 밥을 먹을 것인가 고민한다. 아마 후자보다는 전자가 더 맛있으리라…
고민하다 밥을 하기 시작했고, 밥을 뜸들이는 동안 희종이 형의 먹는 소리가 잦아 들었고, 나는 물어봤다.
“형~ 내일 운행 어떻게 할거에요??”
6시쯤 출발해서 마을 들렀다가 원래 운행 종료 지점인 41km까지 가겠단다. 그러면서 자기도 히치 안 되면 그냥 갈 거라며…
뭐가 벌써 또 그리 먹고 싶어서 그러냐 물었더니, 행동식도 그렇고 먹을 게 좀 떨어졌단다. 그러면서 나도 그냥 같이 가잔다.
난 내일 41km지점까지 운행한다는 전제하에 시간이 가능하면 가겠다 했더니, 거기까진 꼭 가야지 토요일에 화이트패스에 가지 않겠냐며 나를 조금 흔든다.
나도 요새 저녁을 두 번 세 번씩 먹어서 식량이 살짝 부족하긴 하다.
결국 또 형의 제안을 반 이상 받아들였다.
6시 반에 출발하고 일단 마을 진입도로인 16km지점까지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나 잘하고 있는걸까…’
그러다 형이 묻는다.
“너는 9/20까지 꼭 가는 걸로 정한 거지?”
나는 답한다.
“안 그래도 오늘 좀 확인하고 싶었어요”
“만약 형도 9/20까지 간다고 하면 짐을 어떻게든 나눠서 같이 가든가 우체국 여는 월요일까지 함게 기다렸다가 운행거리를 늘려서 가려고 하고, 9/20 까지 꼭 갈 생각이 없다면 전 먼저 갈까 해요.”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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