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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맨 Nov 01. 2016

PCT 하이커 되기로 상을 타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3

며칠 전 러닝 모임을 마치고 새벽이 되서야 귀가.

노트북을 습관처럼 켜고선 딴짓을 잠시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처럼 이메일을 들여다 봤다.

스팸 메일들 사이로 어떤 메일 하나가 눈에 띄었다.

브런치북 수상 후보라고 몇 가지 정보 확인을 요청하는 이메일이었다.

두근거림에 피곤함을 잠시 잊고서 재빨리 답변 메일을 보냈다.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다른 후보에게 밀려 안 되면 어쩌지?'

메일 발송을 하면서 동시에 이런 걱정도 들었다.

요즘 지쳐있는 내게 분명 좋은 소식이기는 하지만...

이랬다가 떨어지면 더 내 몸과 마음이 바닥에 눌러 붙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런 걸 아마도 희망고문이라고 하는 거겠지?


'너무 기대하고 있지말자. 그냥 하던대로 하자.'

너무 기대했다가 기대와 다른 결론을 자주 맞닥뜨린 경험이 많아 이번에는 나름 컨트롤이 잘 된것 같다. 하지만 완전히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10월 31일 브런치북 프로젝트 #3 수장작 발표날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난 나는 의외로 여유로웠다.


'어차피 저녁 쯤 돼야 발표할테니까...'

라며 지금껏 수많은 기다림의 경험은 나를 약간은 무디게(담담하게?) 만든 것 같다.


변함없이 강연에 쓰일 인트로 영상을 만들고 있다.

프리미어 프로로 시작된 영상 편집은 이내 애프터이펙트에 손을 뻗게 만들고 말았다. (빨리 잘 하고 싶다. 내 영상을 내가 만드는 것이 가장 완벽할 것이다. 사실 누군가가 만들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민폐인 걸 안다. ㅠ)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하얀 백지 상태에서 모든 걸 쌓아 올리고 다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기에 빠져 있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 걸 보면 나는 적어도 이 '쓸데없는 짓일지도 모르는 일'에 몰입도가 높다. 몇 번씩 재작업을 하면서 만들어진 영상을 보며 바보처럼 웃는다.


이건 앞으로의 PCT 하이커들에게 도움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엄청난 자료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냥 자기 만족이지. 혹은 한 지인의 말대로 편집증에 의한 집착에 불과할 수도.

그래서 그냥 오늘도 그냥 내 손가락과 눈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길을 되돌아 보고 정리하고 있다.

'먼훗날 있을지도 모르는 내 자식에게 보여주면 참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수도 있는 도구'에 불과할지라도. (그게 어디냐?)


한참 작업중이었는데, 전화에 알림이 뜬다.

브런치북 프로젝트#3 수상작을 소개한단다.

'발표구나'

브런치팀 구독을 눌러놓은 탓에 본의아니게 발표를 하자마자 결과를 보게 된다.

알림을 누르며 최대한 내 마음도 꾹 누른다.

절대 실망하지 말자며...


은상에 <PCT 하이커 되기>가 걸려(?)있다!

기쁨도 기쁨이지만 그보다 안도감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힘들여 쓴 나의 기록들이,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다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것 같아 내 소중한 보물인 '기록' 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너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


<PCT 하이커 되기> 매거진은 그닥 좋은 글은 아니라고 자평한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내가 봤을 때도 상을 받을 만한 '글'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번 수상은 조금 의외기도 하다. 생소한 주제를 분석하듯 쓴 글이었기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딱딱한 글이 내 전공(?)이기는 하다.)

사실 나는 내심 <히맨 이즈 온 PCT> 혹은 <문득 떠오르다>로 상을 탔으면 했다. 그게 진짜 내 글이니까. 물론 <히맨 이즈 온 PCT>의 경우 아직 완성이 되려면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모르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상은 언제나 기분이 좋은 일이다. 정말 얼마만에 받아보는 상인지 모르겠다.

최근의 상을 생각해보니 4~5년 전 쯤에 국가기록원 서포터즈에서 2위로 우수상을 받은 일이다. 그러고보니 그때도 기록 관련해서 상을 받았구나 싶다. (실상은 홍보 활동을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상이지마는...)


상은 언제나 의욕을 높인다. 그리고 꾸준히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응원과 같다.

한 마디로 마라톤 주로에서의 누군가의 한 마디의 응원 혹은 작은 물약통에 든 콜라와 같다.

그리고 장거리 하이커에게는 '트레일 매직'과 같다.

내 기록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노력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더 내 길 위에서의 기록들을 나를 위해 완벽하게 정리할거다. 다른 사람들에게 언제든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할 수 있도록. 그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기록을 보여주고 싶다. 만약 그것이 확실히 가능하다면 돈은 필요없다. 지금의 나는 돈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알았으면 하는 것이 더 크다. (도움주실 분을 간절히 찾습니다!^^)

그리고 내 사람들과 함께 멋진 다음 도전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 (저 운동만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어떤 프로젝트든 제안 주세요 ㅎ 제 가슴이 뛰는 일이라면 팀원으로서 서포터로서 적극적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PCT가 주인공이 아닌 그 긴 길 위의 주인공인 '히맨'으로 주목을 받고 싶다.

더 나아가 내가 걷고 있는 인생 길의 양 옆으로 많은 응원단을 만나고 싶다.

아직은 나홀로 더 달려나가야 응원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지 싶다.


내가 끝없는 오르막을 오르고 있을 때 마주친 한 외국인 아주머니의,

내 마음을 울린 한 마디로 어쩌다 길어진 수상소감을 마무리한다.



"You're doing good!"

"Keep it up!"



Keep it up, He-Man!

20161101_15:40@Starbucks near home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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