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장 도둑

침묵 속의 공감이란, 분명

-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중에서

by hearida

"서로에 대해 알게 되는 것, 비밀을 공유하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가깝게 해준다고 여겼던 적이 있었다.
가까워지기 위해서 내키지 않는 비밀을 털어놓은 적도.
혼자만 간직하고 있던, 말로 꺼내기 어려웠던 소중했던 비밀이
다음 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어
다른 사람들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의 상실감.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중에서


종종 제 이야기에 등장하는
제 가장 친한 친구 '강여사'는요.

인간관계에 까탈스런 저와
삐지는 일 한 번 없이
반평생 넘게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언젠가 누가
강여사에 대해 물은 적이 있어요.
생김새나 성격 같은거요.

그 때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키는 강여사만 하고,
생긴 건 강여사같이 생겼고,
성격은 강여사 같아" 라고.

장난을 치려던 게 아니에요.

저에겐 이 친구가
어떤 객관적 기준에서 설명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사람이거든요.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다
좌절하고 실망하는 게 아니라
그게 무엇이든 온전히 그 사람이라 여기고 포용하는 것.

그래서 이 친구에게는
억지로 꾸미거나 으스댈 필요도 없고
부끄러운 일들도 담담히 얘기하게 됩니다.

그게 누구든
결국 타인과의 관계맺기는
이래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억지로 노력하거나
내가 아닌 나를 만들어 꾸미지 않고,
상대방 역시 제 잣대로 판단하고 단정짓지 않는 거요.

그저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

그러면
상대방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거나
나를 '전혀' 몰라준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요.

'침묵 속의 공감'이란
분명
그런 때 가능한 것일 겁니다.

오늘도 부디 소중한 사람과 함께
담뿍, 행복하길. :)


Cesky Krumlov, Czech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9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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