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수, '원더보이' 중에서
"벚꽃은 왜 그토록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아야만 했다. 봄바람에 실려서 하나둘 하얀 꽃잎들이 눈송이처럼 떨어지고 나면, 숲은 녹음의 시절로 들어간다. 그 푸른 그늘 아래에서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첫 숨을 들이켠다. 그중 하나가 여름을 북쪽 지방에서 보내는 북방쇠찌르레기들이다. 머나먼 남쪽 바다를 건너서 한국까지 날아온 북방쇠찌르레기들은 5월 중순이 되면 암수가 함께 둥지를 틀어 그 안에다 알을 낳는다. 달이 차오르는 시간 정도 어미가 알을 품고 나면 새끼들은 세상 바깥으로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다. 암놈과 수놈은 힘을 합쳐 그 새끼들을 십팔 일 정도 기른다. 그러면 이제 달력은 한 장이 넘어가 시간은 6월로 접어들고 시원한 빗줄기와 뜨거운 햇살이 번갈아 크고 작은 나무와 풀을 기르는 계절이 찾아온다. 하지만 북방쇠찌르레기 새끼들을 기르는 건 전적으로 어미의 몫이다. 어미는 명나방의 유충이나 기타 곤충들을 물고 와 배가 고프다고 졸라대는 새끼들의 부리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때 누군가 둥지 속의 새끼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하다며 나무를 기어올라간다면 그를 끌어내린 뒤 벚나무를 보라고 충고하는 게 좋을 것이다. 버찌가 점점 검게 익어간다면 이제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만큼 충분히 자랐다는 뜻이다. 이때가 되면 어미는 새끼들이 혼자 찾아서 먹어야만 할 먹이인 버찌를 물고 오기 시작한다. 배가 고픈 새끼들은 노란 부리를 벌리고 어서 둥지로 들어와 먹이를 달라고 어미에게 소리치지만, 먹이를 이용해서 둥지 바깥세상으로 새끼를 나오게 하려는 어미의 노력이 실패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렇게 해서 북방쇠찌르레기 새끼들은 처음으로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른다. 그렇게 해서 새끼들은 그동안 어미가 물고 오던 버찌를 스스로 찾아 먹는 법을 배우고, 어미와 마찬가지로 남쪽 바다를 건너갈 준비를 마치게 된다. 그러니까 봄에 아름답게 피었다가 진 벚꽃의 열매를 먹으며."
- 김연수, '원더보이' 중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중 하나는
문장이,
특히나 한 계절이 변할 때마다
그에 대해 묘사한 문장이,
참 아름답다는 거였어요.
아,
우리가 흘려보내는 계절이
이 날들이
이토록 많은 색과 생명으로
가득 찬 것이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작가는,
좋은 작가는,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이구나.
그런 생각도 했어요.
저도
벚꽃을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선뜻 답을 하기 어렵거든요.
특히나
그것이
북방쇠찌르레기를 위한 것이라면
그들의 긴 비행을 위해서라면
더더욱요.
어느새 12월이에요.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 때부터
갑자기 시간이 빨리 가기 시작했어요.
눈 떠보니 가을이더니
돌아보니 겨울이네요.
이제 한 장 남은 달력을 넘기다
문득,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에 대해서
저도 한 번
생각해봤어요.
벚꽃은 왜 그토록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일까?
벚꽃나무에 여린 연둣빛 잎이 돋으면
아, 곧 봄이 오겠구나.
그 곁에 하얗고 발그레한 꽃이 피어나면
그래, 봄이구나.
꽃잎이 떨어져 바닥에 짓이겨지면
여름이 오는구나.
꽃이 진 자리를 지키던 잎이 말라가면
어느새 가을이구나.
그 잎마저 떨어져 앙상해지면
그렇게 겨울이구나.
그리고
그때쯤이면
발가벗은 나무를 바라보며
탐스럽게 피어나던
고운 벚꽃을 떠올리죠.
그 시절의 봄내음과
함께 걷던 사람의 살내음과
거리를 가득 채운 벚꽃 내음을 기억하다
이 순간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의 내음을 마주해요.
그리곤 생각하죠.
아,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우리 모두는 꽃으로 태어나
바람이 되어 사라지는구나.
12월이에요.
생각해보면
진짜 추위는 1월에 시작되는데
이상하게 이 즈음엔
모든 것이 다 끝으로 치닫는 것만 같아요.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지만
자꾸
모든 것이 마지막인 것만 같은
그런 날이에요.
벚꽃이 지고
뼈만 남은 가지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면
나무의 아름다움도
다 멎어버린 것 같아요.
하지만
달력이 바뀌듯
계절이 넘어가면
다시 연둣빛 잎이 돌고
벚꽃이 활짝 피겠죠.
모든 것은
동그랗게 동그랗게
반복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벚꽃이 피는 것도
우리가 사는 것도.
모든 잎을 털어낸 나무에
다시 꽃이 피듯이
모든 달력을 넘기고 난 후에
다시 새 날이 오듯이
그렇게
우리 사는 모습도
좋은 날이 있으면
지는 날이 있고
그렇지만
좋은 날은 다시 돌아온다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오늘 아침에는.
그러니
이 아침, 공기가 얼마나 차갑든
우리는 괜찮을 거라고요.
좋은 하루 되셨으면 해요.
고운 날 되셨으면 하고요.
아프지 않으셨으면 해요.
무엇보다
담뿍 행복했으면.
감사해요,
언제나 언제나요. :)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