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 Aug 26. 2022

자연으로 돌아간 막내 외삼촌

죽음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내 생일 이틀 전에 막내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사인은 위암. 몇 개월 전부터 시한부 환자로 지냈다가 운명하셨단다.

50살 넘게 미혼이셨던 외삼촌의 운명은 형이었던 둘째 삼촌과 외숙모가 지켜보았었다.

부인과 아이 없이 외롭게 살다가신 외삼촌의 그나마 마음 편한 죽음이었을지 모른다.

엄마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는지 표정은 어두웠지만 말투는 덤덤했다.


발인은 내 생일 다음날이었다. 내 입장에선 탄생과 죽음을 이틀 동안 경험했던 아이러니한 순간이었다.

장례는 엄마의 사촌이신 당숙이 진행하기로 했다. 당숙은 관에 들어가기 전 외삼촌과 마지막 작별을 하라며

누워있는 외삼촌 앞에 모이라 하셨다.


핏기 없이 누워있는 외삼촌은 그동안 평온한 표정이 아닌 힘든 일을 겪고 마침내 드러누워 편히 쉬는 듯했다.


“여자한테 사기당하고 뭐.. 그랬지만 죄를 짓지 않고는 살았어”


장례절차를 주도하셨던 당숙은 착잡한 심정으로 얘기하시고 나서는 꽃으로 가득 찬 관에

외삼촌을 눕혔다. 그리곤 파란 봉투와 빨간 봉투를 관에 넣었다. 이승에서 못 만난 인연을 저승에서 만나라는 의미였다.


여기에 저승에서 쓸 노잣돈과 연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종이까지 관에 넣은 뒤 관 뚜껑을 닫았다.

저승에서도 외롭고 힘들지 말고 편안하게 잘 가라는 작별 인사까지 빠지지 않고 관에 눕힌 후 화장터로 갔다.


관을 싣고 간 화장터는 꽤나 큰 규모를 자랑했다. 돌아간 분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었다.

저 멀리서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혼자 숨어서 눈물을 훔치는 여자도 보였다.

각자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 사람들의 모습이 훗날 내 미래의 모습과 겹쳐 보여서 순간 겁이 났었다.


외삼촌의 화장은. 1시간을 조금 넘겼다. 드디어 외롭고 힘들었던 이승에서의 삶을 끝내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채비를 끝마쳤다. 삼촌의 육신이 한 줌의 하얀 가루로 변하는 순간

엄마는 ‘재 밖에 안 남았네..’라며  한숨을 지었다. 엄마에겐 애물단지 같은 오빠였지만 형제를 잃은 슬픔이 많이 컸다보다 싶었다.


가족들은 재가 된 외삼촌을 유골함에 모시지 않았다. 대신 더 넓은 자연경관을 보라며 흙에 묻기로 하였다.

공원묘지 관리자는 삼촌이 안치할 자리에 사진을 찍으라고 한 뒤 재가 된 외삼촌을 흙과 함께 섞어

꼼꼼히 묻어주었다. 이것이 외삼촌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과정이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로써 외삼촌은 이승에서의 삶을 완전히 마감하였다. 

그동안 혼자 사셔서 외로웠던 순간이 많았다고 들었다. 매번 여동생인 엄마에게 큰 걱정을 안겨줬던 분이었지만 정말 나쁜 분은 아니셨다는 것, 오히려 사람 관계에 대해 매번 힘들어 하셨다는 의외에 모습을 알게됐다.

성인이 되고 나서 딱 한 번 뵈었던 게 전부였지만, 이승에서의 외로움은 잊고 자유롭게 살아가시길. 


또 영원한 삶은 세상에 없으니 그저 내 자신과 내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잘하라는 그런 배움도 

외삼촌에게 배웠으니 그러니 고맙단 말까지 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지 않겠다더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