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들여다 보는 중
주로 OTT를 통해 종종 지나간 드라마를 첫 회부터 정주행 할 때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드라마도 얼마 되지 않는데 제목이 생각나질 않는다. 그래서 순간순간 와닿는 대사들을 급하게 메모해 두었다가 이렇게 꺼내서 마주한다.
드라만 속 대사가 마치 내 얘기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주인공이 되어 다시 이야기를 쓰기 위해 누군가가 하는 말들을 빌어 쓰기 위한 꼼수 이기도 하다.
'사람이 언제 죽는 줄 알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을 때'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겐 아들들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저장되어서 나를 기억하는 것일까?
내 기억 속에 있는 그들은 아직 5살이고 7살이고 스무 살이고 서른 살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흘러도 내 아들들은 나이가 더 들지 않은 모습으로 내 기억을 행복하게 해 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더 어려질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였다. 꿈에서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받아들이기엔 난 너무 어렸고 무방비였고 무대책이었고 무섭고 버겁고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단어만 내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도 모른 채 무식할 만큼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30년을 살아오면서 보고 들었던 것과 내가 ㄱ겪었던 일들이 전부였고 그 바탕에는 부모 말씀 잘 듣는 착한 딸, 뭐든 성실하게 똑 부러지게 잘하는 딸, 엄마 입을 빌리자면 '똥도 버릴 게 없는' 그런 딸이었고 규칙을 잘 지키고 반듯하고 바른 딸로 살아온 22년과 흡사 조선시대 며느리처럼 귀 닫고 입 닫고 눈 닫고 시부모님과 남편을 봉양했고 아이를 좋아하는 바람에 두 아들과 같은 눈높이로 웃고 떠들며 항상 발랄했던 캔디 같은 엄마로 지낸 시간들이 내 30년 경험의 전부였다.
짧은 3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젠 젊은 미망인으로 두 아들들 키우며 살아온 35년 동안 경험하면서 미처 돌보지 못한 나를 봐주고 알게 모르게 깊이 모른 척했던 내 감정들을 위로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변명도 들어주고 토닥여주고 싶었다.
흔히 내 인생을 글로 적으면 365일 밤을 새도 다 못하고 책을 내면 100권을 넘어햐 할 거야 하시던 어른들의 말처럼 밤이 새도록 낮이 밝도록 적어보고 싶었다.
나와 같이 지낸 35년이 아들들에는 그들 삶의 바탕이 되고 경험의 전부가 되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의 기억 속에 있는 나는 어떤 엄마였고 그들은 내게 어떤 아들이었다고 여기는지 그들의 생각들이 궁금하다.
훗날 그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는 그때에 나는 정말로 죽는 것일 텐데 왜 벌써부터 난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메모를 했다. 그렇다 난 언제나 아들들에게 미안한 엄마였고 부족한 엄마였고 사랑보다는 훈계와 책임감이 먼저 앞서는 엄마였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죄인이 되어 살고 있다.
부디 나 혼자의 피해망상 같은 생각이기를 바라면서 아들들이 있고 자식이 없는 독거노인 같은 외로움과 슬픔으로 혼자 울컥거리며 글로 내 마음을 달래 본다.
남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여자를 모르고 여자 역시도 죽었다 깨어나도 남자를 모른다.
엄마는 아들들의 마음을 모르고 아들들 역시 엄마의 마음을 절대 모를 것이다.
서로 솔직하게 터놓고 이래서 서운하고 이래서 행복했고 이래서 좋았다고 다 털어놓는다고 과연 아들들의 기억 속에 내 모습은 달라질까?
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것은 더 지저분해질 뿐이다. 애초에 무엇을 그리려 했는지 조차 모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그건 그대로 두고 새로운 종이를 꺼내서 전혀 다른 장르로 앞으로의 기억을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다 보면 뭐가 됐던 달라지는 시간이 올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니까...
처음으로 나의 마음을 알리는 글을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위로가 되신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