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뭔데

내 마음 들여다보는 중

by 힐링아지매


왜 눈물이 나고, 왜 울컥하고, 왜 계속 가슴이 아팠는지 모르겠다.

감동을 주는 말이거나 공감을 원하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었고 그 네 글자가 귀로 들어오는 순간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이 무엇일지 어떤 내용의 이야기가 전개될지 짐작이 되기도 전에 명치는 뻑뻑해지고 눈은 촉촉해지고 있었다.


두 어 달 전쯤부터 시작한 금강승불무도 수련시간 중에 지도법사님이 인도 스승님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하면 꺼낸 네 글자 '니가 뭔데'. 인도에서 수행을 하는 당시 법사님은 수행의 진전이 없어서 스승님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찾아갔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하는데 수행에 변화가 없고 답답하다고 여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스승님은 그 제자를 다독이지도 않고 새로운 가르침을 주시는 것도 아니고 '니가 뭔데'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부처님도 여러 생을 지나면서 성불을 하셨는데 니가 뭔데? 얼마나 했다고 수행이 되니 안되니 하느냐시며 또 다른 깨달음을 주셨다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법사님은 당신의 스승님과의 대화를 우리에게 들려주시지만 그 이야기에 나는 내 마음 깊은 곳 무엇인가가 녹아내렸는지 눈물이 흘렀고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면 꺼이꺼이 소리 내면서 목놓아 울었을지도 모른다.


서른 살에 어린 두 아들만 남기고 떠난 그를 대신해서 들을 책임져야 하는 일은 내 30년의 삶에서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기에 어떤 요령도 꼼수도 부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묵묵히 온몸으로 받으면서 우리 부부의 사랑으로 태어난 두 아들에게 우리가 걸었던 약속들을 이제는 혼자서 그이의 몫까지 다 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만 내 온몸과 정신을 지배할 뿐이었다. 자신의 현재는 물론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계획 역시도 여전히 책임감뿐이었다.


부부로서 온전할 줄 알았던 평온한 가정은 7년 만에 끝났고 전이가 될 때까지 1년간의 투병생활이 내 부부생활의 전부가 되었다. 이젠 오롯이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키고 이뤄내야 하는 책임감은 정말이지 너무 무서운 현실이었다.



3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수시로 올라오는 다양한 감정들로 어떤 날은 맑았다가, 어떤 순간은 먹구름이었다가 어떤 날은 할 만큼 했으니 괜찮다고, 어떤 날은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한 번만 더 생각을 했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되었을까? 아니지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지 하면서 마그마가 부글거리며 터지기 직전의 화산 같은 날들을 보내며 도무지 내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다.


어떤 결과가 됐던 책임감의 무게를 버티느라 아이들에게 제대로 주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려나 하다가도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지난 시간들을 보상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여전히 불안해하고 지금이라도 잘해보려고 애쓰고 있는 나에게 '니가 뭔데' 라는 네 글자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 완벽한 게 어딨겠어? 넌 지금도 잘하고 있고 지난 시간들도 최선을 다하며 살았잖아' 라며 말해주는 토닥토닥이고 쓰담쓰담 같아서 명치가 아리고 아팠.


이렇게 글을 적으면서도 여전히 명치가 아프다.

지금보다 마음이 편해지고 아프지 않은 날이 올 때까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연습은 계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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