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들어 가는 작은 순간, 오늘
어째 이런 일이....
이제 24시간으로 늘어났다.
그만 미련을 놓고 작정을 해야 한다.
이유가 있겠지, 세상 무엇하나 공짜가 없듯이 모를 뿐이지 이유 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
그냥 풀릴 줄 알았는데...
당연히 풀릴 거라고 확신했는데...
왜 안되지?
왜 모를 수가 있지?
뻔한 숫자 몇 개로 지금 까지 모든 것이 다 통했는데 그 뻔한 숫자가 계속 틀렸다 하고 열리지 않는다.
제발~~
약속 시간 2시, 시동을 켜고 네비를 열어야 하는데 폰이 '암호를 대시요' 한다.
며칠 전 손녀가 폰 비번을 알아차리는 바람에 핑계 삼아 비번을 변경했고 평소에 자주 사용하던 숫자와 기호들로 쉬운 조합으로 바꿨다.
그런데..???
엉~~????
통상 사용하던 영문, 숫자, 기호가 아니라고, 틀렸다면서 화면이 컴컴해지고 폰은 무용지물이 된다.
뻔한 조합으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었다고 아무리 눌러대도 기계가 도저히 내 말을 듣지도 않고 받아 줄 마음도 없다.
1분 후에,
3분 후에,
5분 후에,
수차례 여러 조합으로 해봐도 자꾸 10분, 20분, 30분으로 후로 잠금 해제 시간이 늘어나면서 애간장을 태운다.
약속한 장소 주소도 품고 있고 네비 속의 다정한 그의 목소리로 길을 알려줘야 이곳을 벗어나 그곳으로 갈 수 있는데...ㅠ
어쩌다가 이런 일이...
다행히 걸려오는 전화는 받을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기다리는 전화는 올 생각을 않는다.
제발 약속 시간을 못 지키는 이유를 물어보는 전화가 오기를...
제발 전화가 오기를...
제발... 제발... 제발
만나기로 한 사람은 철저하게 나를 배려하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때,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장마철 반짝하는 햇살처럼 완전 철벽으로 무장한 틈새로 나의 늦음을 궁금해하는 톡이 슬쩍 비치고 지나간다.
열어 볼 수도 없고 답을 할 수도 없다.ㅜ
실패~~!!!
양손 검지를 관자놀이에 대고 온 정신을 가다듬고 간절하게 텔레파시(?)를 발사한다.
'제발 전화 좀 주세요.'
'제발 전화 좀 주세요'
'제발 전화 좀 주세요'
거듭되는 실패~!
텔레파시 실패.
비번의 오류로 오픈 실패
이제 1시간 후에나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다며 또 먹통이 되는 전혀 쓸모없는 손바닥 위의 묵직한 기계.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일단 앞으로 직진하자, 이정표가 보일 때까지 직진하는 수밖에 없다.(이때가 가장 두렵고 힘들었다, 약속은 고사하고 집에나 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으로)
다행히 강의차 몇 번 왔던 경험으로 정관에서 집으로 가는 방향은 찾았다.
휴~(아무리 못해도 이제 집으로는 갈 수 있다)
귀로 들리던 친절한 안내가 없으니 온 감각은 눈으로 집중된다.
'기장, 철마 IC' 갈림길.
약속 장소가 기장이니 일단 그 방향으로 가보자. 가는 동안 그녀에게서 전화가 올 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대한 기장에 머물러 있어야 늦게라도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기장 방향으로 직진.
그나마 부산, 기장, 철마는 몇 번이나 다녔던 길이니... 최악의 경우 기장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기장으로 가보자.
지금은 내가 나를 최대한 믿어야 한다.
초인적인 힘을 내보자.
왜 이렇게 길과 방향에 대해 불안해하는 이야기는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알 수 있어요.
내가 나를 못 믿는다
https://https://brunch.co.kr/@healingazimae/32
희망
앞에 대형마트가 보이고 주차장도 있고 전화오기를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주차를 하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톡으로 보내온 간판 이름으로 약속 장소를 검색해보자.
마트 안내 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해 보기로...
친절하신 직원분, 장소 이름으로 아무리 검색을 해도 그 위치가 나오지 않는단다, ㅠㅠ(뒤에 알았지만 그 간판도 비슷하지만 틀렸었다) 그러면서 기장 시장 안에 있는 통신사 서비스 센터를 찾아 가보라며 안내를 해주는데...
서비스 센터까지는 어떻게 가지?
통신사 서비스센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약속을 지키자는 마음과 비번의 조합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미련으로 마지막 해결책으로 미뤄뒀었지만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이제는 어느 것 하나는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약속시간은 이미 1시간이 넘었고 텔레파시는 계속 실패하고 그렇다면 우선 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
희망에 부풀어 모르는 길을 물어 물어 찾아간 통신사에서는 더 절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통신사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본인이 폰의 주인이라는 증명서를 발급하는 것 밖에는 없을뿐더러 확인 증명서가 없으면 폰을 초기화하지도 못한다면서 확인 증명서를 손에 쥐어 주신다.
남은 것과 사라진 것들...
3시간, 8시간, 급기야 10시간...
어떻게 이렇게까지 생각이 나지 않을 수가...ㅠ
다음 날 눈뜨자마자 마지막 시도를...
했지만 '24시간 후에 다시...'
이제는 정말 깔끔하게 미련을 버리자.
24시간, 하루동안 쓸모없는 기계덩이를 바라보며 답답해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심호흡 한 번과 함께 폰은 서비스 센터 직원의 손으로 넘어갔고 불과 10분, 밤새 캄캄하게 무심하던 폰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손 안에서 환하게 빛을 발한다.
강제로 이뤄진 다이어트로 가벼워진 폰을 안으며 '이제 뭐 하지?' 되뇌어 본다.
남은 것은
사라 진 것들은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행히 O톡은 채팅 내용만 사라지고 텅 빈 채로 방은 남아 있으니 업무와 관련된 인연과 사연들은 내가 먼저 찾아서 물어보고 알리면 되고, 그 외는 먼저 말을 걸어오는 대로 연락처를 채워 나가고, (사실 폰을 교체할 때마다 제대로 정리가 안된 채로 따라온 인연들이 너~~ 무 많았다) 자연스럽게 인연이 정리될 것이다.
덕분에 폰만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나 역시, 마음도 생각도 새로워진다.
하루 반나절의 불편함으로 새 폰이 생겼고,
심한 길치와 방향치인 나도 집중하면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는 것을(물론 많이 가봤던 기장이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알게 되었고,
그동안 어쩌지 못하고 그냥 묻어 두었던 인연들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니 한편으로 홀가분하고 좋다.
나의 모든 것들이 들어 있는 작은 기계, 스마트 폰, 우리는 과연 사용하는 자인지, 아니면 기계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노예가 된 것인지?
다이어리 대신에, 메모장 대신에, 수첩 대신에 유용하게 사용한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가 나를 엿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잠가 뒀던 비밀번호를 잊으니 가장 불편해지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 되었고 앞으로 나이 들어갈 일만 남은 나는 과연 어디까지 나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을 텐데...
와중에 손녀는 자기 사진과 영상이 사라졌다고 눈물을 뚝뚝 흘렸고, 비번으로 폰을 잠겨야 하는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당분간은 비번 없이 열어 두기로 했다.
스마트폰 전문 강사님은 구O 계정에 연동을 했더라면 연락처를 새로 받고 저장하는 일이 수월 했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도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