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 뒤에 남은 마음 하나

by 힐링큐브

말다툼 뒤에 남은 마음 하나

친구와 말다툼을 한 날이었다.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지고, 마지막엔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후회가 찾아왔다.
왜 나는 그렇게 쉽게 화가 나버린 걸까.

혼자서 그 이유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마음 한가운데 조용한 진실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친구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는
그저 설명, 고민, 감정, 망설임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새
그 이야기 위에 내 기준을 얹고 있었다.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도움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은 평가였다.

친구는 그걸 비난으로 들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뭔데 내 이야기를 그렇게 판단해?”
그 속말이 상상되자 마음이 먹먹해졌다.

내가 말하려던 진심은 전혀 전달되지 않았고,
친구가 듣고 싶었던 말도 아니었다.
우리가 서로를 향해 내민 말들이
조금씩 빗나가다가 결국 충돌로 이어진 것이다.

되돌아보면,
우리가 화를 내는 순간의 많은 감정들은
상대가 던진 말 때문이 아니라
그 말에 내가 덧씌운 해석 때문에 생겨난다.

나는 그날, 친구의 말보다
내 속에서 만들어진 오해와 싸우고 있었다.

마음이라는 건 참 이상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렇게 진실이 조금씩 흔들려 갈 때
우리는 상대를 향해 화살을 돌리고 만다.

하지만 침착하게 다시 들여다보면
거기엔 서로를 향한 악의보다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마음’이 더 많다.

서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너를 아끼고 싶었어.”
“나는 이해받고 싶었어.”

그 마음들이 조금씩 어긋난 채
부딪혀버렸을 뿐이다.

그래서 다음 번엔 이렇게 해보려 한다.
상대의 말을 듣는 동안
잠시 나의 판단을 내려놓는 것.
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 재지 않고
그 사람 마음이 어떤 모양인지 바라보는 것.

그렇게 마음을 조금만 비워내면
우리는 서로를 덜 오해하게 되고,
말다툼 한 번쯤은
오히려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대화란 마음이 머무는 자리이고
관계란 서로를 다시 이해하기 위한 길이니까.

그날의 싸움도
그 길 위에 놓인 작은 돌멩이 하나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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