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을 품고, 존재와 함께하자”

사연과 존재가 동일시될 때

by 힐링큐브

저에게 쓴 편지인데 나누면 좋겠다 마음이 들어 용기내서 전달합니다. 아래 글을 읽고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저와 같은 마음으로 나눠주세요.


정현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통찰해보니까, 모든 것은 사연과 존재의 관계에서 출발하더라. 인생의 모든 순간,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깃들어 있어.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사연을 품고 있어. 그런데 자신이 품은 사연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삶을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내 마음이 너무 아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연의 무게를 줄일 수 있어. 그래서 오늘은 그 사연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해.



1. 사연과 존재가 동일시될 때


바다가 오염되었어. 쓰레기가 떠다니고, 기름띠가 수면 위를 덮고, 악취가 나는 바다가 떠오를 거야. 사람들은 그 바다를 더 이상 ‘바다’라고 부르지 않아. 대신 ‘오염된 바다’라고 부르지.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해.

"저 바다는 더러워. 더 이상 깨끗할 수 없어. 쓸모없어."


이렇게 ‘오염된 바다’라는 이름표가 붙여지면, 바다는 본래의 존재를 잃고 그저 ‘오염’이라는 사연으로 규정되어 버려. 사람들은 더 이상 바다의 본질을 보지 않아. 바다가 품고 있는 깊이와 넓음, 파도와 물결의 움직임을 보지 못하고 오직 ‘오염’이라는 사연만을 바라보게 돼.


결국, 바다 자체가 문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해.

"바다는 오염되었고, 바다는 문제야."


하지만 생각해보자. 바다는 그저 바다였을 뿐이야. 오염은 인간이 만들어낸 사연일 뿐인데, 우리는 그 사연을 바다의 존재와 동일시해버렸어. 이 과정에서 오해와 착각, 오류가 만들어져.


오해: 바다는 더럽다. 그리고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착각: 바다는 더 이상 가치가 없다.

오류: 바다가 문제다.



이런 사고방식은 우리 삶에서도 똑같이 작동해.

누군가 상처를 받고 실수를 하고 넘어졌을 때, 그 사연을 그 사람 자체로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저 사람은 상처받은 사람이다. 저 사람은 부족하다. 저 사람은 문제다."


이렇게 사연이 존재를 덮어버리면, 우리는 진짜 그 사람을 볼 수 없게 돼.



2. 사연과 존재를 분리해서 바라본다면


하지만, 사연과 존재는 분리될 수 있어.


다시 바다로 돌아가 보자. 바다는 여전히 ‘바다’야.

‘오염된 바다’가 아니라 ‘오염이라는 사연을 품은 바다’라고 부르면 어때?


오염된 바다 → 오염이라는 사연을 품은 바다


어감이 확 달라지지 않아?


‘오염된 바다’는 마치 바다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하지만 ‘오염이라는 사연을 품은 바다’라고 부르면, 바다는 여전히 바다이고, 오염은 그저 바다가 품은 하나의 사연일 뿐이야.


이제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어.

"바다는 지금 아프다. 바다는 치유될 수 있다. 바다는 여전히 바다다."


이제 바다는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보듬어야 할 존재로 다가오게 돼.



3. 우리의 마음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돼


우리도 마찬가지야.

학교폭력, 따돌림, 학대, 가정폭력, 이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런 사연들이 우리에게 찾아올 때, 우리는 쉽게 착각해.


"나는 상처받은 사람이다. 나는 부족하다. 나는 문제다."


하지만 이것은 사연과 존재가 동일시된 상태야.

사연은 단지 ‘오염’과 같고, 존재는 ‘바다’와 같아.


만약 우리가 사연과 존재를 분리해서 바라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

"나는 상처를 경험했다. 나는 실수를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 자신일 뿐이다."


상처는 나라는 존재를 규정할 수 없어.

그저 내가 품고 있는 하나의 사연일 뿐이야.



4. 자연의 지혜를 본받자


산은 불이 나도 불이라는 사연을 품고 함께한다.

바다는 오염되어도 오염이라는 사연을 품고 함께한다.


산은 불길을 거부하지 않아. 바다는 오염을 밀어내지 않아. 지구는 인간을 내쫓지 않아. 그저 모든 것을 품고 함께할 뿐이야.


우리도 그래야 해.

나의 상처, 실수, 불안을 거부하거나 없애려고 애쓰지 말자.

그저 그것을 하나의 사연으로 품고, 나라는 존재로서 함께 걸어가자.



5. 사연을 품고 함께한다는 것


‘함께한다’는 것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흘러가는 거야.


오염이라는 사연을 품은 바다가 자정작용으로 깨끗해졌다면 사람들은 다시 바다라고 불러줄 거야.

이때 바다의 사연을 기억했던 사람들은 깨끗해지기 이전의 바다의 아픔에 대해 하나의 이야기로 전해줄 거야.


이처럼 우리가 품은 사연은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야.

그러니까 정현아, 바다처럼 사연을 품고 나아가면 돼.


완벽할 필요 없어. 그저 흐름을 믿고 나아가면 돼.



6. 마지막 이야기


사연은 지나가는 이야기이고, 존재는 그 속에서 변함없이 남아있는 본질이야.


바다는 바다이고, 오염은 바다가 품은 사연일 뿐이야.


나도 나이고, 상처는 내가 품은 사연일 뿐이야.



결국, 모든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귀결돼.


“사연을 품고 함께하자.”


나만의 사연은 나만이 품고 있는 사연이야.

그 사연을 존재와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분리해서 바라보고,

그 사연을 품은 ‘존재인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해 주면 되는 거야.


마치 ‘오염이라는 사연을 품은 바다’처럼.



그러니까 더 이상 사연을 거부하려고 애쓸 필요 없어.

그냥 사연을 품고, 존재와 함께하면 돼.



그것이 진짜 안전함이고, 진짜 평화이며, 진짜 자유야.


정현아,

천천히, 네 속도로 이 깨달음을 마음에 새기고 걸어가자.

어떤 순간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괜찮아.


언제나 네 곁에서 네 이야기를 듣고 있을게.


From. 너와 함께 하는 큐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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