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 없는 인간에 대한 관찰
우리 남편은 물에서 뜨지를 못한다.
초지일관 물에 가라앉는다.
수영을 반년이나 배웠다는데도.
이건 재능이다.
남편이 회사 초년 시절 갔던 발리 워크숍에서,
동료들은 리조트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겼다.
그런데 그만 누가 실수로 수영장에 룸 키를 떨어뜨렸다.
동료들이 키를 주우려고 해도
부력 때문에 몸이 떠서 손이 안 닿는다고.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자기가 주워오겠다고 하고서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무 저항 없이 수영장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손쉽게 룸 키를 집어 들고 나왔다.
“와-, 그걸 어떻게 집었어요?”
하고 놀라는 동료에게, 그는
“쪼그려 앉아서 주웠어요.”
라고 평이한 표정으로
평이하게 말하며 돌려줬다.
남편과 나는 휴가로 보라카이 자유여행을 갔다.
둘째 날 오전 일정은 호핑투어를 하기로 했다.
늦잠꾸러기 남편 덕에 막판 보트를 잡았고,
어쩌다 보니 우리만 탄 전용 보트가 되었다.
스노클링을 할 때 사람 사이를 피해 다닐 필요도 없겠다. 오늘은 우리끼리 실컷 즐길 수 있겠다 싶었다.
해안을 따라 멋진 풍광을 감상하고
스노클링 존에 도착했다.
작은 섬 근처, 수심 2미터쯤 되는 맑은 바다.
우리는 구명조끼를 점검하고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물에 들어갔다.
스노클링에 신이 난 나는
처음엔 조금 무서워서 보트 가까이 있었지만,
시야가 맑아 물속이 잘 보이고
움직이는데 아무 지장이 없어서
보트에서 조금씩 멀어지며 탐험을 시작했다.
그렇게 한창 물속을 들여다보는데,
뒤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았다.
약 2-3미터 뒤, 남편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구명조끼는 분명히 그의 몸에 잘 입혀져 있었는데도.
그는 몹시 당황한 목소리로,
“물이! 입에 들어와!!!”라고 소리쳤다.
파도가 좀 있어서 대롱(스노클)을 통해
물이 넘실넘실 계속 들어오기는 했다.
나는 대롱을 빼 물을 뱉어내곤 했는데,
남편은 그 생각을 못했던 듯하다.
나는 남편 쪽으로 가며 말했다.
“들어온 물을 뱉어!”
그가 여전히 양팔을 허우적대면서,
“어떻게?!”라고 외쳤다.
나는 남편의 입에서 대롱을 뽑아,
물을 뱉게 해 주었다.
그 와중에 그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나를 붙잡고 잡아당기고 있었다.
한 번 뱉고 나자, 그가 조금 진정해서 말했다.
“발이 바닥에 안 닿아.”
그럼 여기서도 걷겠다는 뜻인가.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보트에서 내렸을 때는 발이 닿는 곳이 있었는데,
조금 떨어지니까 발이 안 닿는 거야.”
“디디려다 산호에 발가락을 긁혔어. 아파.”
구명조끼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남편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스노클링은 접었다. 나는 아직 과부가 될 계획이 없다.
보트로 돌아가자고 했다.
우리가 보트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되돌아오자,
보트 주인과 직원이 동시에 우리 얼굴을 봤다.
그리고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좀 쉬었다가 다시 할 거냐고.
우리는 스노클링을 다 끝냈으니
다음 장소로 가자고 대답했다.
그날의 결론은 간단했다.
바다는 위험하다.
남편은 더 위험하다.
코타키나발루는 안전해 보였다.
해변가의 스노클링 존은 깊어봐야 성인 키 허리 남짓 정도라,
그냥 걸으면서 물속을 보는 게 더 편했다.
물속을 들여다보자니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우리에게 가까이 왔다.
파랗고, 노랗고, 하얗고, 예쁜.
그리곤 곧 다리가 따끔.
“아야!”
나는 깜짝 놀랐다.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와 비슷하게 입수한 사람들 입에서
“아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에게 먹이를 받아먹던 물고기들이
다리를 먹이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나는 두어 번 입질을 당한 뒤로,
얕은 물이지만 그냥 떠다니며 물속을 구경했다.
그랬더니 전혀 물리지 않는 것이었다.
옳거니.
나는 바로 그 비법을 남편에게 알려줬지만,
그는 꿋꿋하게 걸어 다녔다.
물고기가 문다는 사실을 알아도, 달리 방도가 없었다.
스노클링 일정을 끝내고 나온 그의 다리는
여기저기 울긋불긋했다.
뷔페가 차려진 줄 착각한 물고기들의
키스 자국이었다.
당시 얘기를 회고하면 남편은 이렇게 말한다.
“난 근육이 많아서 안 뜬다고.
지금은 살이 많이 쪄서 뜨겠지.”
글쎄. 과연 그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