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다구’의 발받침 왕좌
남편과 나는 같은 방에서 나란히 컴퓨터를 쓴다.
책상 아래 쓰레기통도 하나를 같이 쓴다.
문제는, 그 쓰레기통 위에 늘 남편의 발이 올라가 있다는 점이다.
남편은 퇴근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기 자리에 앉아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
쓰레기통 위에 양발을 착— 올린다.
나는 컴퓨터를 하다가 쓰레기 조각을 버리려고 팔을 뻗는다.
그러면 남편의 발이 쓰레기통을 점령 중이다.
내가 말없이 남편을 보면,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발 하나를 살짝 들어 올리거나,
혹은 발을 좌우로 펼쳐
쓰레기통 구멍 사이로 버리라는 듯
부채형 ‘발 개폐’ 신공을 시전한다.
이쯤 되면 남편인지 쓰레기통 문지기인지 모를 지경이다.
하지만 진짜 웃긴 건,
그 쓰레기통 때문에 두 발을 아주 가지런히 모아야 한다는 점이다.
평소엔 다리 벌리고 앉는 사람인데,
쓰레기통 위에 발을 올리기만 하면
다리가 갑자기 조신모드로 변한다.
자세 교정 수업 1번 포즈의 완벽한 각도다.
쓰레기통 위의 발과 조신함의 조합.
참으로 언밸런스하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그가 옆으로 누워 잘 때조차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잔다는 사실이다.
누워서 나란히 포갠 양발을 볼 땐,
왠지 모르게 정숙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반듯하게 누워
양손을 가슴 위에 포개고 자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남자,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포즈로 잔다.
그는 사실 전생에 ‘공주’였을 가능성이 있다.
어느 날 나는 결국 참다못해 물었다.
“자기, 나보다 다리도 길면서
왜 굳이 저 작은 쓰레기통에 발을 올려?
불편하지 않아?”
남편은 한 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편하다구.”
그 말투.
그 무심함.
그 확신.
불편해 보이는 자세와는 전혀 상관없는 결론.
그리고 나는 바로 폭소가 터졌다.
우리 집 쓰레기통은 사실 발받침 왕좌일까?
이 집의 주인은…
쓰레기통 위에 발 올린 사람 쪽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