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깨고, 내 안의 아이를 만났다

상처를 마주했을 때, 진짜 삶이 시작되었다

by 힐메리 Heal Mary

제 마음을 강하게 흔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속 한 구절입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이 글귀를 보면 떠오른 기억이 있습니다.

과거 10여 년 동안, 나를 찾아가는 여정 중

저는 알을 깨고 나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저는 회사를 자진해서 퇴사하고, 두 달간 유럽 여행을 떠났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감정들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그 여행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고, 돌아와 다시 사회에 안착하며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삶을 살아갔습니다. 그러나 그즈음, 제 삶을 뒤흔드는 한 사람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저와 내면에 대해 깊이 이야기했고, 그 대화는 제 안의 또 다른 세계를 향한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너, 어린 시절에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지금도 아파하고 있는 것 같아.”

그분의 한 마디는 제 머리를 강타했습니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저희 가족은 화목했고, 특별히 부족했던 기억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말했습니다.
“정말 괜찮았어? 잘 생각해 봐. 아픈 기억을 스스로도 덮어두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 질문은 몇 달간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의문은 점차 퍼즐이 되었고, 마침내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그날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우리는 평소처럼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느 순간, 제 안에서 ‘무언가’가 딱 하고 깨졌습니다.

번개가 머리를 내리치는 것만 같았어요.
그동안 설명되지 않던 제 감정들과 과거 기억들의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마침내 제 내면의 상처,
숨겨두었던 그 ‘어린 나’를 마주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의 너무 아팠던 저는
그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상처 위에 겹겹이 무감각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나 무의식 속 그 상처는 성인이 되어 계속해서 저에게 신호를 보냈고,
저는 이유도 모른 채 반복되는 괴로움 속을 헤맸습니다.

그 고통이 결국 저를 ‘나를 찾는 여정’으로 이끌었습니다.
이제 저는 압니다.

그 고통은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을.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때로는 생살을 찢는 듯한 고통을 동반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외면하고, 덮고, 무시한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저는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피하지 않고, 내 안의 어린 나를 끌어안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건, 내가 나의 알을 깨고 나온 덕분이었습니다.


치유는 누구나 반드시 마주해야 할 여정이라고 믿습니다.
그 길은 외롭고 때로 아프지만,
그 끝엔 진짜 나로 다시 태어나는 기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혹시 그 여정의 문 앞에 서 있지는 않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