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기억을 지운 채 살아온 이야기

회피한 고통과 잃어버린 기억

by 힐메리 Heal Mary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죽을 만큼 힘겨운 상황이 닥치지 않으면, 굳이 마음을 탐구하지 않죠.


그런 의미에서 고통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고통 속에서 방황하다 보면, 결국 나의 내면으로 회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의 유년시절은 겉으로 보면 딱히 큰 사건 없이 순탄하게 흘러온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마음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의식에서 지워버리는 방어기제를 쓰기도 한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고통을 회피하며 10대, 20대까지 어떻게든 견뎌왔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정말 아팠습니다.

힘든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지워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 집은 유복하진 않았지만, 1남 4녀에 다복한 가정.

모두 저녁 기도를 같이 하는 화목한 집이라고 스스로를 속였습니다.

아픈 기억은 지우고, 좋은 쪽으로 왜곡했던 겁니다.


게다가 저는 힘든 걸 티 내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늘 밝게 웃고 떠들고, 장난치며, 힘든 모습을 들키지 않았습니다.

혼자 모든 걸 끌어안고,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도 기대지 못했죠.

막내임에도 정서적으로는 장녀처럼 고독하게 살았습니다.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공감하려고 노력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돌보지 않았습니다.

내 힘든 감정은 꾹꾹 눌러 담고 괜찮은 척하며 어린 시절을 버텼습니다.

그러다 한계에 다다라 마음에 탈이 날 수밖에 없었던 거죠.


평소에는 순한 양 같다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는 분노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타인을 위해 마음을 희생하며 살다 보니, 마음이 곪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마음 가면을 아주 철저히 쓰며 살아왔습니다.


10대에는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20대에는 졸업 후 중소기업 무역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재취업 후 무역 관련 학과로 편입해 만학도가 되기도 했죠.

졸업 후에는 감사하게도 들어가고 싶었던 외국계 기업 물류팀의 정규직원이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정석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기준을 따라 살아가느라, 제 마음을 돌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 온 열정을 쏟았으니까요.


사람마다 마음을 바라보게 되는 계기는 모두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저처럼 결혼 전에, 어떤 사람은 결혼 이후에, 또 어떤 사람은 유년시절에 이미 만나기도 하겠죠.


저에게도, 내면 탐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내면 탐구를 시작하게 된 그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계기로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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