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네이버스 윈도_The Neighbors’ Window
타인과 나를 비교할 때 주로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앞서 찾아온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생을 고통으로 간주했던 쇼펜하우어는 삶의 고통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말했다. 건강이든 행복이든 타인과 비교당하는 삶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영화 <더 네이버스 윈도The Neighbors’ Window>를 통해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편안함은 소극적이지만 괴로움은 적극적이다
“건강할 때 우리는 몸에 대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구두가 작아 발을 죄면 그 불편함을 금방 느끼게 된 다. 또 사업이 순조로울 때는 별생각이 없지만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작은 문제만 생겨도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이처럼 편안함과 행복은 우리에게 소극적이지만 괴로움은 적극적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여록과 보유Parerga und Paralipomena》 1장에 적은 글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한 ‘적극적인 괴로움’은 욕망에서 나온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벗어났다 해도 끝이 아니다. 절대적 결핍에서 벗어나면 이번엔 상대적 결핍에 시달려야 한다. 왜 나보다 부유한 타인들이 많은 것인가, 왜 저들은 나보다 좋은 집에 살고 나보다 비싼 차를 타는 것인가, 나는 그냥 그렇게 사는 것 같은데 왜 타인의 행복은 충만하다 못해 집 밖으로 흘러넘치는 것일까. 우리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서 불행을 키우고 내 안의 행복을 놓치며 산다. 쇼펜하우어는 또한 말했다. “인간은 다른 사람처럼 되고자 하기 때문에 자기 잠재력의 4분의 3을 상실한다”고.
어디 그뿐인가. 우리는 건강이 최고라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돈 버는 일에 몰두한다. 돈과 건강을 함께 움켜쥐고픈 욕망에 시달리다 둘 다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몸이 아파 입원한 병원 병실에서도 다른 이의 자리를 부러워하거나 창가 침대에 빈자리가 나오면 재빨리 그곳으로 옮기려고 한다. 아프면 건강의 소중 함을 깨우치긴 하지만 건강을 해친 욕망마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본능에 기댄 욕망이 꿈틀거린다. 내 안의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고 타인의 행복을 부러워할 때 욕망의 부피는 제곱이 된다.
네 이웃의 행복을 부러워하지 마라
내가 가진 행복을 보지 못하고 밖에 있는 행복을 부러워 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 <더 네이버스 윈도The Neighbors' Window>.
알리와 제이콥은 뉴욕에서 어린 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아이들이 어지럽힌 장난감을 치우는 알리와 아이들을 재운 후 역시 피곤한 표정으로 거실로 나온 남편 제이콥은 매일 같이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식탁에 앉아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던 그들은 맞은편 건물에 이사 온 젊은 부부가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어린아이 셋과 생활에 시달리며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게 이웃집 신혼부부의 열정은 부러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다. 그들 부부에게도 이웃의 저들과 같은 시간이 있었을 테지만 마치 오래전 일인 것만 같아 허무함마저 든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옆집 창문을 몰래 훔쳐보며 지낸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오고, 알리는 집에서도 일을 하는 제이 콥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며 정신없는 주말을 보낸다. 알리는 자신을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 남편의 무신경함에 화가 나고, 결국 둘은 말다툼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맞은편 건물 신혼부부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이어지고, 다시 신세 한탄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그런 대화가 무의미함을 느낀 부부는 화해를 한다.
일상으로 돌아온 부부는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바쁘고 각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리는 머리를 민 이웃집 남자가 침대 위에서 투병 중인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집 남자의 안타까운 임종 또한 목격하게 된다. 시신을 옮기는 사람들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울고 있는 젊은 여자의 모습을 본 알리는 곧장 옆집으로 뛰어간다.
알리는 건물 현관 앞에서 홀로 슬픔을 삼키고 있는 옆집 여자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네며 그녀를 안아준다. 그때 그녀가 알리에게 말한다. 남편이 아프게 된 이후로 그들 또한 알리와 제이콥이 그랬던 것처럼, 건너편 창문을 통해 보이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미래를 꿈꾸었다고. 영화는 집에 돌아온 여자가 때마침 박물 관에서 귀가한 가족을 반기며 옆집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내 안에서 찾을 수 없다면 어디에도 행복은 없다
영화에서처럼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보지 못하고 타인과 비교해 부족하거나 잃어버린 것, 갖지 못한 것만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건강이든 행복이든 내 안에서, 내 주변에서 찾지 못하면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몸과 마음의 치유 또한 마찬가지다. 작고 사소한 것일지언정 내 주머니 속에 있는 것이 내 것이다. 그것이 행복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영화 <더 네이버스 윈도>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마셜 커리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단편 영화다. 러닝 타임 20분, 한글 자막이 없지만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마셜 커리 프로덕션의 공식 스트리밍 영상을 링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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