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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보다생명을 Jul 15. 2018

아프냐, 나도 아프다

폭언,폭력,성폭력,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병원노동자 이야기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병원을 찾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일하는 병원노동자들은 온갖 폭력과 위험에 노출되어 건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얼마 전 의료진에 대한 폭행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공개된 영상에서 의료진은 병원을 찾은 환자에 의한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었습니다. 그 보도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죠.


▲국민에겐 충격이었을 이 보도는, 이미 병원노동자들에게는 일상입니다.(출처 : 연합뉴스TV )


보건의료노조의 2018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근무 중 겪는 폭력의 강도와 빈도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환자·보호자에 의한 폭력의 빈도가 높았습니다.

▲폭언,폭행,성폭령 경험 실태 및 주된 가해자 (출처 : 2018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현장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증언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저의 경우에 임신을 했는데 신경과 병동에서 주사 놓는데, 의식이 막 없고 그러진 않았는데 (생략) 주사 꼽는데 환자분이 주사를 빼앗아서 저를 찔렀거든요. 저는 배에만 안 찔리면 된다는 생각에 팔을 대신 맞으면서 되게 놀랬거든요. "


"대부분의 환자들이 누워서 혈액 투석해서 기운이 없을 줄 알았는데 기운이 없는게 아니더라구요. 할 거는 모두 다 하더라구요. 쉽게 얘기해서 바늘을 꼽는 행위를 하거나 처치를 하는데 있어서 저희가 이렇게 고개를 숙이게 되면 일부러 떨어뜨리고 한 손은 투석을 받지만 한손이 자유로우면 한 손으로 신체부위를 만지거나 그리고 볼펜 떨어뜨려서 줍게 하거나.."


"응급실은 다투다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응급실에선 피흘리는 사람이 최고우선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어느 환자를 먼저 봐야 할지는 의료진의 판단인데 조폭처럼 싸우다가 오신 분들이 나를 먼저 안 봐준다 정말 눈을 파 버리겠다 별 험한 욕을 다 들었던 것 같아요. 흉기들고 쫒아오는 사람도 있고. 신규 때 너무 무서워서 오래 못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이런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보호하고 적극대응해야 할 병원의 대응은 미온적이고 때를 놓치지 일쑤입니다. 그리고 늘상 부족한 인력은 피해자에 대한 격리와 보호조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됩니다.


"마치 모든 것을 간호사가 해주는 것처럼 아침에 죽 끓여 와라 커피 타와라 이런 건 비일비재한 거고 더 심한 건 성희롱으로 (중략) 이런 것 때문에 병원 경영자나 책임자에게 얘길 하면 병원에서 하는 말은 '병원 경영이 어려우니까 이 사람도 우리 고객인데 내칠 수 없지 않겠냐' 이런 식으로 반응하니까 여기서 일하는 간호사들은 전혀 병원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 못한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


"가해자 징계 요구 했는데 위로휴가 주는 거야 쉬라고 하면 되는데 가장 시급해야 하는 분리 조치는 5월 5일 날 있었는데 7월에 인사이동 있으니 그때 하겠다고 하면서 미루면서 두달 가까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고... "


"(폭언,폭행,성희롱을 겪고도) 현장은 너무 바쁘잖아요. 제가 담당하는 환자를 안보면 대신 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참고 차팅을 다 해놓고 퇴근을 해야 하는 거죠. 11시 반에 퇴근을 하는데 어디다 하소연 할 데가 없는 거에요."


이렇듯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겪는 각종 폭력과 감정노동들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건강해야 그 서비스를 제공받는 환자들이 건강해 질 수 있다는 상식이 왜 우리사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것일까요?      


먼저 병원노동자와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병원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도 드러나지만 폭력을 휘두르는 환자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자, 병원경영을 운운하며 이를 묵살하기 일쑤입니다. 또 과도한 친절을 강요하며, ‘손님은 왕이다’라는 철지난 구호를 현실에 옮기려는 듯한 일부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태도도 문제가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병원에서는 고객만족(이라 쓰고 돈벌이라 읽는다)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간호사의 유니폼을 고객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스튜디어스 복장을 입도록 하기도 해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의료인에 대한 폭력의 주된 가해자로 지목되고 있는 환자, 보호자들의 대부분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작지만 진심이 가득 담긴 마음을 전하거나, 바쁘게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되려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일부 몰지각한 환자,보호자들의 행태를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야기하는 피해는 막대하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처벌과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가령 어느 병원 응급실에서 지속적으로 폭력사건이 발생하고, 의료인력이 손실될 경우 고육지책으로 응급실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응급실을 이용해야하는 시민들의 건강권에 피해를 입히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남의 집 귀한자식’, 우리는 모두 귀한 존재     


‘딸 같아서’ 만지고, ‘자식같아서’ 때리고, 욕하는 일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명백한 폭력입니다. 최근 음식점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남의 집 귀한자식’ 티셔츠는 이러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사가 합심해서 환자,보호자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의 캠페인을 벌이거나 단체교섭을 통해 감정노동휴가를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죠.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빛을 보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차원의 정책, 법안마련과 대국민 캠페인 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방향인 ‘노동존중 사회’가 ‘국민건강 사회’로 이어지려면 말이죠.

▲유행하고 있는 ‘남의 집 귀한자식 티셔츠’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줍니다 (출처 : 한국일보)
▲보건의료 노사공동 캠페인 포스터 (출처 :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폭력을 근절하고 감정노동에 대한 적정한 조치를 통해 보건의료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나아가 국민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와 우리가 만날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건강해지고, 우리 국민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안전한병원만들기 국민청원운동에 함께 해 주세요!

<CLICK! 안전한병원만들기 국민청원 참여하기>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86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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