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닐 수도 있지만 안 하고 넘어가면 안 되기도 하고요. 암이 맞다 싶으면 조직검사 후 수술해야 하니 추가 검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다시 뵐게요.
두 번째 유방암 수술 후 6개월에서 1년마다 정기 검진을 받고 있었는데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병원에서 차마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 나이 42살, 두 번째 유방암을 진단받은 지도 6년이 되어간다. 28살 첫 번째 유방암 수술을 하고 나서도 유방에 남아 있었던 다량의 혹들 혹시나 맘모톰으로 제거하면 없어질까 보험도 충분치 않은 상황에 벌어 놓은 돈 대부분을 유방혹 제거에 쓰고도 모자라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았었지만 남아있던 혹 일부에서 발견된 암세포로 인해 또다시 유방암을 진단받게 되었었다.
두 번째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한쪽 유방을 전체 절제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헤아려 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엄마가 폐암 0기를 진단받게 되었었다. 엄마가 먼저 대학병원에 수술받고 입원하는 동안 남편은 엄마 간호에 나는 어린 딸 육아에 출퇴근을 병행해야만 했었다. 두 번째 유방암 수술을 앞두고 온전히 나만을 위해 휴식을 취해도 모자를 시간이었지만 어디에도 쉴 수 있는 구멍은 없었다.
딸의 수술 때문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엄마, 엄마 간호를 끝으로 아내 간호를 시작한 남편 덕분에 나는 두 번째 유방암 수술을 받을 수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내려놓지 못한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수술 후 일주일이 지나 다시 회사로 복귀해야만 했다.
28살 때부터 아만자였던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했던 성공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었지만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달리는 인생은 미래를 밝히기보다 끝없는 동굴로 들어가고 있었다.
코로나가 발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골든타임을 놓쳐 뇌경색 진단을 받게 되었었다. 뇌경색이라는 질환도 생소한 병이라 가족 모두가 힘들었던 때, 가족보다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엄마는 초기치매 증세도 있어 가족을 알아보지 못할 때도 있었으니 눈물로 밤을 지새울 때도 많았었다. 남편이 대처를 잘해준 덕분에 엄마를 볼 수 있었음에도 남편에 감사함보다는 병에 대한 미숙함 넘쳐나는 치료비 그리고 코로나라는 전시상황이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보다 감정이 컸었던 시간이었다.
동굴의 끝은 어디까지였을까? 과연 나에게 동굴의 끝이 있긴 한 걸까?
암통합 센터 선생님 : 유방엑스레이에서 확인되었던 미세석회화 중 유방초음파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돼서요. 유방외과 진료 후, 수술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밖에 나가시면 빠른 날짜로 일정 잡아 드릴게요.
세 번째는 아니길 바라고 또 바라며 엑스레이에서 보였던 소견이 아니길 그리도 바랬건만, 세상일은 역시나 내 맘대로 되지 않았었다.
" 수술해야 된데."
유방엑스레이 결과에 충격을 받아,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몸도 성치 않은 엄마한테 전화해서 한바탕 울음을 쏟아 냈었다. 그래도 두 번 해봤다고 또 해야 한다는 걸 들은 다음에는 마음이 전보다 나아졌는지 엄마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