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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전의기량 Aug 03. 2024

나에게는 아픈 손가락

세 번째 유방암으로 알게 된 것들


기량남편: 어? 처제!! 출장 중 아니야? 언니가 전화 안 받는다고?;^^
기량: 어 내 전화 방에 충전하고 있는데...
둘째 동생 : 언니. 방금 119에서 전화 왔는데.  막내가 머리가 찢어져서 xx병원에 실려가고 있대. 핸드폰에 둘째 언니라고 저장되어 있어서 연락했다는 거야.  혹시 병원에 갈 수 있어?
기량: 가야지.
둘째 동생 : 그럼 119 대원분한테 언니전화번호 알려줄게.
기량: 그래.
기량남편:  나, 차 가지고 올게. 갈 준비 하고 있어.
여원아,  막내이모가 다쳤다고 해서 엄마랑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상황이 다급하게 돌아가게 되는 걸 보고  여원이에게 상황 설명 후, 급히 나가는 남편)

늦은 저녁, 미국으로 출장 간 동생에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게 되었었다.  나에게는 깊이 말은 하지 않아도 아픈 손가락이었던 막냇동생이 다쳤다는 전화.  세 번째 유방암 수술 하기 전에  막냇동생도 위쪽으로 몸이 안 좋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연락 오고 이후, 받은 전화가 머리가 찢어졌다 하니 속도 상하고 욱하는 마음도 교차한다.





119 대원: xxx님 이세요?
기량: 네.
119 대원: xxx님 하고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기량: 친언니요.
119 대원: 네. 동생분이  머리가 찢어지셔서 xx병원으로 이송 중인데요.  괜찮은지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오시는데 얼마나 걸리세요?
기량:11시쯤 도착할 거 같아요.
병원:아. 네.  저희 검사 진행해도 될까요?
기량:네. 해야죠.

남편이 공수해 온 차를 타고 동생이 이송된 병원으로 가고 있는 기량,  동생은 이미 병원 이송 중으로 119 대원님과 병원에서 검사를 위해 필요한 설명을 전화로 들었다.





기량남편: 당신 기억나?.
5년 전에 장모님 뇌경색으로 병원 오셨을 때도 여기였는데...
기량: 잊을 수 있으면 잊고 싶네. 뇌경색이라는 병도 처음이었었지만 코로나가였을 때라 면회도 어려웠었고 엄마뿐 아니라 온 가족이 힘들었잖아.
당신도 중간에서 힘들었었고...
기량남편: 그랬지.. 뭐! 나만 고생했나. 처제가 제일 고생했지.
나 차 세우고 들어갈게.  당신 먼저 들어가.
 

부랴 부랴, 도착한 병원 _잊고 있었던 5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엄마 뇌경색 발병으로 한 달 넘게 입원했었던 병원. 코로나라는 전시 상황도 모두를 힘들게 했었고  모든 게 처음이어서 조금씩 더 서로를 배려하는 어른이지 못했어서 아쉬움이 많았던 시간





기량: xxx  님, 연락받고 왔어요.
병원:네. 여기에 개인정보 작성하시면 되시는대요.  응급실 안에는 한 분만 입실 가능하세요.
기량:네.  (응급실 버튼을 누르고 들어가는 기량)
xxx님 언니인데요.
병원:네. 검사해야 하는데 환자복 탈의가 어려워서 좀 도와주시겠어요?
기량: 네. (배드에 누워있는 동생, 환자복 탈의를 해야 하는데 손가락이 아파 낑낑 거리는 기량)

병원:환자분 , 상처부위  소독해야 하는데요.  움직이시면 안돼요.!
막냇동생: 에~ 왜 소독해요.
병원: 머리 찢어지셔서요. 움직이시면  나중에 하셔야 합니다.
환자분 움직이셔셔 , 저의  수액부터 맞을게요.

쉬지 않고 움직이며 상처부위 소독도 검사도 거부하는 동생. 알고 보니 얼큰하게 술을 드시고 나오는 길인가? 넘어져 다친 거였다.  





막냇동생: 언니 내가 중학교 때인가,  언니가 스무 살이 때였었고
아빠 제사 혼자 준비했었는데 아무도 나한테 고생했다 말 한마디 없었어,
기량:그랬니? 언니가 철이 없었네. 미안해. 서운하게 해서
막냇동생: 내가 언니 사는 거 모르는 거 아니야, 모른척했던 거지.
기량: 그랬구나.

기량: 머가 서러워서 울어?
언니는 유방암 수술 세 번 하고도 살잖아. 큰 도움이 안 될 수는 있어도 언니도 있고 형부도 있잖아 살아야지.
막냇동생:내가 술 없이 어떻게 살아. 언니는 금쪽같은 새끼가 있잖아.
기량: 금쪽이랑 한번 살아봐야 할 텐데....


초등학교 4학년 때, 기량은 아빠의 잦은 구타로 하루빨리 엄마가 편해지길 바라는 바람에 엄마랑 헤어졌었고 그때부터 두 동생을 보살펴야 하는 큰언니가 되었었지만 엄마 없는 곳에 대신 아빠의  맞으며 커감에 동생들의 마음까지 품을 수 있는 언니로서는 하염없이 부족했었다.




병원: CT검사 결과도 괜찮네요.
혹시 몰라 뼈 다친데 있는지 보려고 찍었던 엑스레이도 괜찮고요.
머리 찢어진대 꿰매고 소독하시면 퇴원약 받아 가시면 될 것 같아요.
대신, 이틀에 한 번씩 내원하셔서 소독하셔야 합니다.
기량: 네.

시간이 흐르고  ,  겨우  남편의 도움으로 검사받지 않는다 움직이던 동생도  
검사를 마무리했었고 결과도 괜찮된다.






기량남편: 처제, 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밥 먹고 가.
내가 밥 해줄게.
막냇동생: 아니에요. (남편 손을 꼭 잡으며... 두 눈 초롱한 얼굴로)
이 사람은 모르겠는데 오늘  감사했습니다. ( 홀연히 택시 타고 가는 동생)
기량:밥 먹이면서 이것저것 얘기도 하려 했는데....
기량남편: 그러게... 아쉽네.  우리도 가세나.

오래간만에 만난 언니와 형부였는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고 생각했었는지 홀연히 떠나는 동생.  자기 마음이 편치 않으니 못 가는 걸 강력하게 잡은들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갔었다.





그냥 사는 거야. 지지고 볶고.
술 먹고 스트레스 풀고 열심히만 일하며 살았지만 암이 세 번 걸려 유방을 다 잘라
내보니 다 필요 없더라.

네가 살아야 다음이 있어. 못난 언니라 너한테 많은 도움이 될 수는 없을 수도 있지만
세상에  너 혼자가 아니니까 술로 너 자신을 해치지 말고
금쪽같은 조카도 보러 오고 웃으며 살자.

어린 시절 철없을 때 언니가 너한테 말 잘 못한 것도 미안하고 못 챙겨 미안하다.
밥 잘 챙겨 먹고 머리 꿰맨 거 이틀에 한 번씩 꼭 소독하러 가야 돼
연락해. 여원이가 너 마이 보고 싶어 해.  은근 둘이 닮았어 ㅋㅋㅋ.


응급실에서 날 새고 들어와 한잠 자고 일어나니,  그래도 그냥 보낸 동생에게 마음을 전한다. 나에게는 아픈 손가락 철없을 때 조금 더 배려하지 못해 미안했다고  지금도 잘 못하지만 앞으로는 웃으며 살아보자고.... 동생이 동생답게 인생을 만들어 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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